부동산 정책 목적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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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목적 밝혀라

by eKHonomy 2022. 4. 5.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경제2분과에 ‘부동산TF’를 꾸리고 국정과제 선정을 시작했다. 현 부동산 정책의 전반을 들여다보고 개선점과 보완점을 최종 마련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부동산을 꼽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국민들이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인수위는 속전속결로 부동산 정책을 해부하는 중이다. 지난주에만 ‘임대차보호법의 폐기 내지는 보완’, ‘민간등록임대 활성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와 같은 굵직한 내용들이 인수위를 통해 발표됐다. 하나같이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올 사안들이다. 이미 윤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내용이지만 공약이 공약집에만 머무는 것과 정책으로 실현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책은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타나고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까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래서 정책은 시행 전에 목표와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TF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1차 회의 결과 보도자료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시장’이다. 12번 등장한다. 주요 단어를 보면 ‘시장 안정화’, ‘시장 정상화’, ‘시장기능 회복’이다. 인수위가 말하는 ‘시장 안정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동산값이 워낙 오른 탓에 그간 시장 안정화란 곧 ‘가격 안정화’를 의미했다. 같은 의미로 쓴 말이라면 인수위는 방향을 잘못 짚었다.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하락세를 타던 여러 부동산 지표들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의 주요 재건축은 수억원씩 값이 뛰었고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윤 당선인의 공약에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결과다. 공약이 정책으로 구현될수록 가격은 더 뛸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윤 당선인이 생각하는 시장 안정화인지 인수위는 답을 해야 한다.

시장 정상화와 시장기능 회복은 한 묶음으로 들린다. 여러 규제 탓에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몇달 새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공통적으로 정부의 대출규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대출규제를 풀겠다는 의미인가. 부동산에는 수많은 규제가 존재한다. 인수위가 의미하는 시장 정상화와 기능 회복이 정확히 무엇인지, 규제를 푼다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예컨대 인수위가 “당장 시행해달라”고 요청한 양도세 중과 유예 역시 정책의 목표가 불분명한 사례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든지, 매물이 많아지게 되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든지 등의 목표나 방향에 대한 제시는 없다. 인수위는 단지 “다주택자들이 어려움을 겪어서”라고 설명했다. 정말 이유가 그뿐이라면 중과 유예는 단지 ‘부자 감세’일 뿐이다. 부자 감세가 시장 정상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권한이 있으면 책임이 따르는 게 이치다. 막강한 권한만큼이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잘 지는 인수위가 되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이 최종적으로는 윤 당선인 책임으로 돌아가니 하는 말이다.


송진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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