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폭주’와 ‘패닉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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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폭주’와 ‘패닉감세’

by eKHonomy 2021. 4. 27.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표정과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비록 임기가 1년 남짓이지만, 득표율에서 57.50%로 역대 서울시장 중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아서인가보다.

 

기세등등한 오 시장 앞에 여당은 ‘추풍낙엽’이다. 오 시장이 취임 직후 공시가격 문제를 꺼내들자 부산·제주·대구·경북에서 곧바로 합류해 지원에 나섰다. 오 시장은 곧바로 창끝을 종합부동산세로 돌렸다. 그의 잇따른 일격에 거대여당은 난리가 났다. “종부세를 인하하자”부터 “공시가격을 손보자”까지 와글와글하다. 여당을 이렇게까지 흔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오 시장의 발언을 유심히 뜯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종부세법을 보면 종부세 부과 목적이 과세형평은 물론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고 나와 있다. 현 정부가 두 차례 종부세율을 올린 이유도 폭등하는 가격을 잡아보기 위해서였다. 오 시장은 “집값 상승이 걱정된다”면서도 종부세를 완화하자고 공격 중이다. 전국 주택 100가구 중 96가구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발벗고 나서는 것 역시 집값 걱정과는 정반대 행동이다. 재건축은 공급효과는 크지 않은 것에 비해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정부가 ‘2·4대책’ 등에서 재건축보다 재개발 위주의 공급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오 시장이 규제완화를 요구하려면 그가 꼽은 강남과 여의도, 목동 등의 아파트를 재건축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오는지부터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오죽하면 그가 단행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조차 시장에선 재건축 호재로 읽힌다. 재건축 후 20억~30억원이 족히 넘을 이 아파트들을 어떤 무주택 실수요자가 살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오 시장의 행동은 본인 공약과도 배치된다. 오 시장은 자신의 1호 공약인 ‘1인 가구’ 지원 특별대책 마련을 위해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여기에는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도 포함된다. 취지에 백번 공감한다. 1인 가구로 분화하는 속도에 비해 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옥탑방, 반지하, 고시원 등 ‘비주택’에 사는 1인 청년 가구가 부지기수다. 현실적으로 1인 가구의 주거를 개선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재원을 늘려도 부족한데 종부세며 재산세며 세금을 깎자는 게 오 시장이다. 부동산값이 오를수록 더 고통받는 계층 역시 1인 가구다.

 

그가 받은 득표율에 비해 극히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오 시장을 보고 있자면 과거 무상급식 논란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본인이 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얼마나 울분과 한탄의 세월을 보냈는지 알 수 없지만 오 시장의 현실인식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오 시장의 오류를 짚어내긴커녕 여당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감세”였다.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이성을 잃은 모습이다. ‘패닉감세’라고밖엔 표현할 말이 없다. 이러니 ‘은마와 잠실5단지가 안전진단 규제 탓에 재건축을 못한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판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지지를 잃게 된 것이 단지 부동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 포털뉴스에 달린 댓글을 민심으로 착각할 정도로 민심을 아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면 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부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송진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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