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2011년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자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정부 기조에 힘을 받지 못했다. 8년이나 국회에서 잠들어 있던 법안을 깨운 건 ‘사모펀드 사태’였다. 2019년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품”이라는 금융사들의 권유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가 벌어졌고 연이어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터졌다.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행태가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금소법이 2020년 3월 제정되기에 이른다.
지난달 25일 금소법이 전면 시행됐지만 법 취지는 오간 데 없고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요란하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시행령 준비가 늦어져 펀드 하나 판매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 판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금융상품의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는 때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이 더 이해하기 쉽게 상품을 설명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먼저다. 당국의 대응도 늑장이긴 마찬가지다. 금융위원장은 금소법에 대한 업계 불만을 예상하고 업권별 간담회를 미리 열었어야 한다. 왜 금소법 시행 전에는 이런 간담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반복되는 금융사고에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금융기관들의 반대편에는 불완전판매에 손해 보며 눈물 흘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있다. 금소법 시행이 이 고리를 끊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 역시 금융상품 계약 때는 위험추구 성향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품을 가입하면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으려 한다면 불완전판매를 자청하는 격이 된다. 금융사의 부실한 설명에는 소비자가 더 적극적으로 어떤 상품인지 물어야 한다. 향후 상품에 문제가 생겨 민원을 제기하고 분쟁조정을 하는 것보다 불완전판매가 없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임아영 | 경제부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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