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범죄’에 승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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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범죄’에 승리하려면

by eKHonomy 2021. 3. 16.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행각을 비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전대미문의 파문을 일으키고도 LH는 사과문 한 장 써내고 입을 닫아버렸다. 의혹을 파헤치려는 언론과 정치권의 팩트확인 및 자료요청에는 “개인정보보호”라는 만능 주문을 외우며 묵살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직원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해도 이건 책임있는 기관이 보여야 할 태도는 아니다. 내면에는 ‘LH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란 굳은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블라인드에 국민을 조롱하고 사태를 곡해하는 글이 계속되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LH가 영원할 것이란 믿음은 커다란 착각이다.

 

그럼에도 솔직해지자. 이 나라가 부동산 투기판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일각에서 LH 직원들의 투기가 ‘매뉴얼’이라고 빗대기도 하지만 그 정도 매뉴얼은 ‘구글링’만 해봐도 찾을 수 있다. 매뉴얼을 ‘비법’이랍시고 강연과 방송에서 신나게 떠드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획부동산들이 이 매뉴얼을 들고 누군가를 투기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광명·시흥에선 4억원에 주고 사들인 임야를 불과 몇 달 뒤 22명에게 12억원에 팔아넘긴 업자도 있다.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것은 자유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해치고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면 ‘범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부동산 투기꾼들을 가정파괴범이자 파렴치범이라고 생각한다. 주거불안은 상상 이상으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수백 채 빌라를 가졌다는 ‘빌라왕’에게 보증금을 떼여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를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토지보상을 노리고 마음에도 없는 나무를 심고, 창고를 지어놓고 집이라 우기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염치란 게 과연 있는가 싶다.

 

이왕 전쟁을 할 것이라면 공직자만 잡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 파국과 혼돈 속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일반 투기꾼’들을 잡아야 한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어떤 대가를 치르든 투기가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이때가 아니면 영영 그들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부터 손봐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이런 때 쓰는 제도다. 유명무실한 처벌규정을 강화해 필요하다면 특별법도 만들고, 투기를 전담으로 하는 수사기관도 세워야 한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먼저 해야 할 일도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법과 제도를 손보는 것이다.

 

LH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안도 빨리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직원 개인의 일탈이나 범죄 유무를 넘어 우리 사회의 ‘신뢰’가 걸린 문제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를 무너뜨린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폐지해야 한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존치해야 한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신도시 개발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여러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3기 신도시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이미 보상이 진행되는 등 정책이 집행 중이고, 3기 신도시에서 선보일 공공자가주택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공공주택에 대한 적잖은 기대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LH가 문제라면 주관하는 기관을 바꾸면 된다. 보상에 문제가 있다면 적발해 처벌하면 된다. 마침 이 틈을 타 ‘민간 재건축이 대안’이란 식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송진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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