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실적잔치가 올 상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은행공시 자료를 보면 국내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모두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유일하게 1조원을 밑돌았던 하나은행도 ‘1조원 클럽’에 들었다. 성과급도 늘어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이 영업활동을 잘한 결과라면 박수를 받을 일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은행들의 실적잔치는 ‘나쁜 영업’의 결과다. 대부분의 이익이 대출금리는 높이고 수신금리는 낮추는 이자장사를 통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 없이 앉아서 올린 실적이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은 이자이익만 10조원대에 달한다. 이자이익은 10조75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950억원 늘었다. 비단 4대 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대출의 질도 좋지 않다. 국내 은행의 기업상대 대출은 외환위기 직후 전체 대출의 3분의 2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것도 신용이 아닌 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다. 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19개 국내 은행 총임직원 수는 10만9989명으로 3년 전에 비해 7353명이 감소했다. 연평균 2500개가량이다. 이 기간 중 은행들은 총 1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면서 구조조정이나 경영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직원을 줄였다. 사상 최대의 실적축제는 줄어든 직원과 고리 대출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은행들은 경쟁이 없는 우물 안에 안주하면서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다.
국내 은행업은 고인 물이다. 이대로는 대출금리 인하도, 일자리 증가도 기대할 수 없다. 새로운 은행이 출현해 고인 물이 썩지 않도록 바람을 불어넣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은행 2곳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은산분리’의 벽에 막혀있는 데다 기존 은행의 나쁜 행태를 따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인터넷은행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은행과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인터넷은행의 존립 이유다. 그래야 금융시장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고, 핀테크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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