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대한상의에서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만났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이후 각 그룹이 지배구조개선과 상생협력을 위해 노력한 결과를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위원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하는 기업인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지만 “시민들의 눈높이로 볼 때 기업들의 개혁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운영실태 파악을 위해 전수조사를 하고,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도 조사하겠다고 했다. 공익재단이 편법증여의 도구로 사용되고, 지주회사가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점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조치를 예고했다.
대기업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는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강화 등 구호는 요란했지만 겉돌기만 했다.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2017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 발표’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조사를 보면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 집단 22곳의 지주회사 편입률은 73.3%에 그친다. 전체 835개 계열사 가운데 223개는 감시망에서 벗어나 총수일가 등이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회사에 어떤 편법적인 일들이 일어나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총수일가의 대물림을 위한 편법과 탈법이 투명한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수십년 쌓인 적폐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재벌·경제개혁을 할 수 없다”며 “칼춤을 추듯 재벌개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단기효과에 급급하지 않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했다. 기업을 믿고 이들의 자발적 동참을 통해 기업개혁을 이끌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의 로비와 버티기로 재벌개혁의 실패가 반복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에도 ‘5년만 버티면 된다’는 분위기가 엄존한다. 공정위는 ‘개혁의 데드라인’을 만들어서라도 재벌의 버티기를 차단하고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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