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속도로 이용객을 봉으로 여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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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고속도로 이용객을 봉으로 여기나

by eKHonomy 2014. 10. 9.

이쯤되면 뻔뻔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참으로 염치를 모르는 집단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한국도로공사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엊그제 국정감사에서 ‘자산 매각 등 부채감축 과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과 무료구간을 유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도로공사 스스로 자구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점을 떠올리면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밖에 없다는 막가파식 태도에 다름 아니다.

2013년 기준으로 도로공사의 빚은 26조원에 달한다. 공기업 중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규모다. 금융부채가 많아 이자비용만 하루 31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빚을 줄여야 하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단기 실현이 쉽지 않은 자구노력만 늘어놓은 채 국민 주머니만 넘보겠다는 모습은 곤란하다. 더구나 고속도로 가운데는 말만 고속도로지 기능을 상실한 곳이 수두룩하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기흥~수원, 판교~양재, 서해안고속도로 광명~금천, 경인고속도로 등 F등급 구간이 전국에 34곳이나 된다. F등급은 차량 포화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으로, 통행료를 받기는커녕 되레 내리거나 없애야 마땅한 곳들이다.

무료구간의 유료화는 더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 무료구간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11개 노선, 18개 구간 151.9㎞이다. 전체 고속도로의 4% 수준으로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구간의 상당수가 F등급인 상태다. 더구나 유료화로 인한 예상수익도 연간 700억원 정도로 적자 해소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추석날 오후 동서울 톨게이트 지붕에서 본 고속도로 모습 (출처 : 경향DB)


기실 도로공사 경영의 문제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당장 지난 3년간 설계 잘못으로 인해 공사비가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잘못된 수요예측 조사로 인한 혈세 낭비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최근 10년간 개통된 14개 고속도로의 타당성 조사 때 교통량 예측치에 비해 실제 교통량은 40%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과거 수차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퇴직자들에게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못된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합리적 경영에 대한 개선이나 뼈를 깎는 부채 감축 노력 없이 경영부실 책임을 국민에게 넘기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통행료 인상이나 무료구간의 유료화 주장에 앞서 합당하고 투명한 자구노력부터 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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