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시간 단축, 사회적 합의안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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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근로시간 단축, 사회적 합의안 마련하라

by eKHonomy 2013. 10. 8.

정부와 여당이 노동자의 최대 근로시간을 큰 폭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현재의 고용률 64%를 2017년까지 70%로 높이겠다고 한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열린 당정협의 결과다. 개정법안의 세부사항을 놓고 야당과 노동계, 경영계의 견해가 저마다 조금씩 달라 국회 논의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대전제에는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의미있는 진전이라 평가해도 좋을 듯하다.


당정이 마련한 개정법안의 골자는 현재 주당 68시간인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16시간 단축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면서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개념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다. 다만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정의함에 따라 각 사업장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8시간씩 16시간의 추가근로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세계 최장 근로에 내몰리게 된 게 여기에서 비롯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32.8시간인 데 비해 우리나라 노동자는 주당 40.2시간으로 연간 287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 월평균 근로시간(출처 :경향DB)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길면 노동자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생산현장의 효율도 떨어진다는 게 일반론이다. 근로자 한 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한국은 27.2달러인 데 비해 미국은 59달러, 독일은 53.6달러라는 통계도 있고, 주 52시간 이상 일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OECD 평균 정도의 적정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노동자를 위해서나 기업을 위해서나 꼭 필요한 조치라 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갖는 더 큰 의미는 사회적 차원에 있다.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사업장에선 줄어든 만큼의 노동력을 제공해줄 신규 인력이 필요하게 되고, 이는 곧 일자리 창출, 일자리 나누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법안 추진에 소극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노동계도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휴일에 일을 못해 휴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면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줄어드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정부가 나서 정책 지원을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최저임금의 현실화, 급여체계의 합리적 개선 등 여러 가지 정책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법 적용을 기업 규모에 따라 3년에 걸쳐 단계별로 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복안 또한 산업계뿐 아니라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들어 결정해야 한다. 노·사·정 3자가 대승적 차원에서 터놓고 논의하면 모두에게 득이 되는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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