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국제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윔블던’ 현상이 화두가 됐다. 어느 시점까지는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글로벌화되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영국 선수를 꺾는 일이 잦아졌다. 이를 자본에 대입해보자. 인도의 미탈이 프랑스 철강사인 아셀로를 인수하는 등 개도국 자본이 선진국의 기간산업을 인수하는 일이 잦아졌다. 세계화로 이익을 극대화하던 선진국이 후발국의 성장으로 변화가 일자 경제 애국주의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미국 여자골프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한국 선수들을 겨냥해 영어 면접 얘기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어 못하면 골프치지 말라는 거냐는 비난을 받고 없던 일이 됐지만 스포츠 애국주의에 다름 아니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며칠 전 후보 수락연설에서 ‘미국 제일주의’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도 자유무역협정 협상 시 자국 근로자의 권리 등을 판단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후발국 착취 구조의 고착화란 비판에도 세계화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며 자유무역 확대를 통상질서의 표준으로 얘기하던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뉴 노멀로 제시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보호무역=공정무역’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하니 세계화의 역풍에 대한 자기방어 전략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의 보호무역 기조가 세계화 흐름 자체를 되돌릴 것 같지는 않다. 선진국 입장에서 세계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수탈 구조다. 이를 감안하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는 세계화와 통상 마찰 간의 병존·대립이 상시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제일주의는 훗날에 대비한 ‘난폭한’ 협상기술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화로 선진국과 후발국의 국가 간 불평등은 꽤 개선됐다. 하지만 개방으로 경쟁에 내몰린 중하위층의 소득 감소가 커지면서 국가 내 불평등은 늘었다. 결국 대안은 빗장을 채우기보다는 부의 공정 배분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이다. 미국 여자골프계는 아시아권을 품으면서 경쟁력이 올라가고 인기가 높아졌으며 후원기업도 늘었다.
박용채 논설위원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포켓모노믹스 (0) | 2016.08.01 |
---|---|
[경제와 세상]비리·낭비로 얼룩진 사회 (0) | 2016.07.28 |
[사설]독과점 우려 해소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 (0) | 2016.07.06 |
[권태우의 세무Talk]법인명의 월 200만원 리스 차량 ‘연 800만원’까지 비용처리 (0) | 2016.07.05 |
[박용채 칼럼]‘재용님’의 혁신, ‘태원님’의 변화 (0) | 2016.07.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