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과 최수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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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전성인 칼럼

윤종규 회장과 최수현 원장

by eKHonomy 2014. 11. 19.

최근 금융권 수장 두 명이 교체되었다. 우선 KB금융지주는 오는 금요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윤종규 회장 후보를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고 그 후임에 진웅섭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내정되었다. 두 분 모두 청년기에 어렵게 공부했던 이력이 있어서 벌써부터 호사가들은 ‘평행이론’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정반대로 읽힌다. KB금융지주의 경우에는 윤종규 회장 선임이 모피아 압력에 “저항”한 사례고, 금융감독원장 선임의 경우에는 그냥 “낙하산의 일방적 수용”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선 KB금융지주 경우부터 보자. 임영록 회장 퇴임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만큼이나 신임 회장 선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 결과 윤종규 회장이라는 카드를 최종적으로 선택한 KB금융지주 이사들이 일종의 “괘씸죄”에 걸려 있다고 보고 있다. 모피아가 LIG 손보 인수에 대한 승인과 지주회사 이사의 일괄 사퇴를 연계하여 압박하는 모양새는 이런 추측을 증폭시키기에 족하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는 KB금융지주 이사들도 궁극적으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시기와 모양새는 당사자들이 결정하도록 말미를 주는 것이 옳다. 반면에 LIG 손보 인수에 대한 승인은 이사 거취와 무관하게 기각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KB금융지주가 이미 기관 경고를 받아서 개별 설립근거법인 보험업법의 취지에서 보면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에는 꼼수가 허용된다고 법을 억지로 비트는 것은 감독당국이 할 일이 아니다. KB금융지주의 입장에서도 섣불리 사세를 확장하려고 하기보다는 법을 지키고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잘 돌보면서 실추된 신용을 차근차근 회복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다음으로 금융감독원장 교체 과정을 살펴 보자. 이것은 크게 잘못된 인사다. 전임 최 원장 재임시절에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달았고, 부분적으로 일처리가 매끄럽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어찌 그 잘못이 금감원장 탓뿐이겠는가. 동양증권에 대한 규제 강화가 낮잠 잔 것은 금융위 탓이고,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 금융회사들간에 무제한으로 신용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던 과거의 제도도 정책을 책임진 금융위 탓이고, 지주회사 회장에 대한 징계권한 역시 금융위가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고 때문에 금감원장은 사실상 경질되고, 그 자리에 또 다른 모피아 출신이 내려오고, 금융위원장은 멀쩡한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인사인가. 책임을 물으려면 금융위원장, 금융위원회 위원, 금감원장 등에게 모두 물어야 하고, 묻지 않으려면 섣부른 차별없이 모두 그냥 두어야 한다.

진웅섭 신임 금감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필자는 특히 이번 금감원장 교체가 사실상 “금감원 길들이기”로 비치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 과거 금감원장은 장관급인 금융감독위원장이 겸직할 정도의 무게를 가진 자리였다. 그런데 아무리 금감원이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 “산하단체”로 전락했기로서니 일종의 피감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정책금융공사의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모양새는 (당사자의 인품과 능력에 대한 평가와는 완전히 별개의 차원에서) “금감원 길들이기” 이외의 다른 해석을 허용치 않는다. 만일 신임 금감원장이 이런 맥락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경우 앞으로 다가올 금융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모피아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민간 금융감독기구를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정말 미지수다.

이번 사례들은 모두 왜 우리나라 금융이 낙후되어 있으며, 왜 규제완화 몇 건 처리한 실적 가지고는 우리나라 금융을 발전시킬 수 없는가 하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모피아를 청산하고 금융감독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금융 발전의 필수적 요소로 꼽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필자가 틀렸을 수도 있다. 필자는 오히려 그럴 가능성을 바란다. 신임 금감원장이 모피아의 압력에 맞서고, KB금융지주 이사들이 헛된 미끼에 속지 않는 것 말이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한 것일까.


전성인 |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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