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 ‘100일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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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전성인 칼럼

최경환 경제팀 ‘100일의 민낯’

by eKHonomy 2014. 10. 22.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지 벌써 100일이 되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수출지상주의가 아니라 내수활성화를 거론했고,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기 때문이다. 배당을 많이 하라는 정책방향도 외국인의 귀에는 솔깃하게 들렸으리라. 강남 3구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부동산 투기 조장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대는 있었다.

그러나 100일이 지난 지금, 사람들과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었고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려 한다는 것을 씁쓸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 투자활성화를 강조하고, 대기업 총수 사면론을 꺼내 들고, 죽어도 증세는 못하겠고, 부자들 소득은 분리과세로 빼주고 서민들 호주머니 털어서 재정을 메우려고 하는 속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신물 나게 불렀던 ‘흘러간 유행가’다. 이런 것으로 7·4·7 띄운다고 하다가 날지도 못한 것을 잊었단 말인가.

예전과 비교해서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한국은행의 추락이다. 이성태 총재 시절 정치권의 압력을 조금이라도 버텨보려던 한국은행은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우선 경제전망치를 건드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작년 여름에 내놓았던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살펴본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포복을 하고 있는데 무슨 전망치가 2.5%인가.

둘째로 국회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률 목표를 못 지키는 것을 인정하기는커녕,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안정목표를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라니 이 무슨 궤변인가.

가장 큰 문제는 통화정책이 방향감각을 완전하게 상실했다는 점이다. 저물가 때문에 금리를 내리는 것도 아니고, 가계부채 축소를 강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옆에서 옆구리 찌르면 그때마다 ‘밀린 숙제하듯’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정권이 바뀌려면 (요새 야당 행태를 보면 바꿀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으나) 아직도 3년 가까이 남았고 총선도 1년 이상 남았다. 어쩌겠는가. 이들을 어떻게든 압박해서 그때까지만이라도 버틸 수 있게 끌고 가는 수밖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재위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필자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최경환 경제팀은 논점을 단순하게 가져가야 한다. 경기도 살리고 투자도 늘리고 수출도 늘리고 내수도 활성화하고 가계소득도 늘리고 자본소득도 늘리고 부동산도 띄우면서 가계부채는 줄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꼭 엔화 환율을 맞추어야 신(神)이 아니라, 이런 것을 다 하겠다고 덤비는 것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경환 경제팀이 정말 소득주도 성장을 믿었다면 딱 한 가지, “노동소득분배율을 지금보다 5%포인트 올리겠다”는 목표만 추구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상당한 정도 경기도 살고, 가계소득도 올라가고, 양극화도 축소된다.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국회가 나서야 할 것 같다. 우선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서 통화정책의 목표를 물가안정목표제가 아니라 명목경제성장률 목표제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을 올리건, 물가를 올리건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은행 총재 이하 직원들이 국회나 국회가 만든 법률을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적당한 통제 조항을 넣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총재 이하 관련 직원을 소환해서 증인선서하고 발언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보다도 야당의 방향감각이 중요하다. 야당은 조건반사적으로 여당에 반대만 하다 보니 거시정책의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느낌이다. 예를 들어 최경환식 경기부양책에 반대하다 보니, 마치 “지금 경제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나고 있는데 왜 호들갑이냐”는 식의 진단을 하는 것처럼 비친다. 이것은 큰일 날 문제의식이다. 한국은행 문제에서도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걱정해주는 것은 좋지만 그러다 보니 금리인하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잘못된 추궁이다.

지금 경제는 어렵다. 경기순환주기상으로도 어렵고 성장추세도 하강하고 있다. 야당도 단기적 경기부양과 장기적 성장 촉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살고 나라도 산다.


전성인 |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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