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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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재협상’, 어떻게 할 것인가?

by eKHonomy 2010. 10. 15.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미간에 한미FTA를 둘러싼 움직임이 부산스럽다. 

정부측은 우선 지난 달 9월 23일 APEC 회의 참석차 일본 센다이를 찾은 최석영 FTA 교섭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美) 무역대표부 대표보간에 ‘비공식 접촉’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정부측 관계자는 "이번 접촉은 지난 7월 양국 통상장관간 전화 협의 과정에서 미국측이 적절한 시기에 개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10월 7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파리에서 마란티스 미무역대표부 부대표를 만나 ‘비공식 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자동차 및 쇠고기 분야가 주 관심대상이라는 점을 언급했"고, 또한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접근과 관련된 기초적 구상과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접근 확대에 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비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외교부 쪽은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 내용에 대해선 공개를 거부했다. 그런데 정부측 고위관계자는 “자동차 분야의 경우 기존 협정문 일부 조항과 충돌하고 쇠고기는 사실상 수입 전면개방을 요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오른쪽에서 다섯번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여섯번째) 등 야당 의원들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정근 기자



한미FTA와 관련된 최근의 보도만 놓고 보더라도 이상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처음에 정부측은 장관급이 만나서 대개 과장급에서 하는 ‘실무협의’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일국의 통상교섭을 대표하는 본부장이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을 만나도, 또 한국의 FTA 교섭대표가 저 쪽 대표를 만나도 어찌 된 게 모조리 ‘비공식’ 접촉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만나야 ‘공식’ 접촉인가. 

둘째, 왜 미국측의 요구내용에 대해 밝히지 않는 건가. 
뭘 좀 말을 해줘야 식자노릇은 고사하고 국민노릇이라도 제대로 해 볼 것이 아닌가. 

셋째, 다른 정부측 고위인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측이 요구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협정문의 수정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보니 이제 조금씩 그림이 그려진다. 외교부측에서 계속 ‘비공식’ 접촉이라고 강변하고, 미국의 요구 내용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다 미국측이 협정문의 수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명백히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정부측은 한 때 미국측이 재협상요구를 할리 없다고 말하다가, 그 다음엔 미국측의 ‘재협상’요구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국회비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 한미FTA는 소관 상임위인 통외통위를 통과하고, 본회의만 남겨 놓은 상태다. 

우리의 의문은 아주 단순하다. 정부측 말대로 미국의 재협상요구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국회 상임위를 통과시켰는데도 왜 미국측은 재협상요구를 하는가. 그리고 한미FTA 통상외교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왜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가.

미국의 경우 통상시스템이 가장 정비가 잘 된 편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통상은 의회의 권한이고, 그 권한을 조건부로 행정부에 잠시 빌려 줄 뿐이다. 그래서 협상목표와 전략을 만들고자 할 때, 이해당사자는 물론이고 법률에 의거 반드시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 우리처럼 국회조차도 왕따시킨 채 그저 통상교섭본부 ‘맘대로’ 하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한미FTA 재협상의 경우 미국측의 ‘대내협상’이 완전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논란이 되는 자동차의 경우 의회와 무역대표부가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7년 3월 미의회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미국측은 한미FTA 협상막바지에 자동차 관련 7개의 새로운 요구를 들이 밀었다. 그중 비관세부문에 해당되는 6개는 모조리 다 관철시켜, 이미 협정문에 들어가 있다. 전대미문의 희안한 독소조항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데 남아 있는 1개가 말썽이었다. 최근 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미의회는 민주, 공화 막론하고 자동차수입관세 2.5%의 “15년 또는 최장기간”뒤 철폐를 요구했다.
그리고 일종의 ‘인센티브’로 예컨대 미국차의 대한(韓) 수출이 천대가 늘어나면, 늘어난 천대 만큼에 대해서는 면세해 주라고 요구했다.
소나타 천대가 면세로 수출될 경우 기대이익은 한 4억원 전후될 것 같다. 결국 한미FTA를 통털어 가장 이익이 크다는 자동차산업이 FTA를 통해 그저 한 4억여원 이익을 보는 셈이다. 

초대형 코메디가 따로 없다. 게다가 현재 미국차의 수입은 감소추세이니 이마저도 없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당시 미무역대표부는 의회의 제안중 이 부분을 ‘관리무역’이라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지난 3년동안 불씨를 키워온 셈이다.
현재 미의회와 무역대표부가 어떤 대내협상 결과를 도출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관세환급이나 연비문제가 새로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뒤 2가지만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협정문을 손 봐야 한다.

쇠고기 역시 그렇다. 미농무부 측은 이미 지난 9월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완전이행’을 내걸었다. 곧 30개월 이상도 수입하라는 말이다. 

이 부분은 지난 ‘촛불’ 당시 추가협의를 통해 ‘소비자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만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원 세입세출위와 더불어, FTA 소관 상임위인 상원 재경위 위원장 맥스 보커스가 일관되게 완전이행을 요구해 왔다.
미무역대표부의 입장에서 재경위원장의 요구를 그냥 뭉개고 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미쇠고기 협상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업자들은 한국측 요구에 맞춰 수출하자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시 부시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끝까지 밀어 부쳤다고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쇠고기는 그 자체로 실무수준을 넘어선 고도로 ‘정치적인’ 사안이다.

한 때 정부측은 마치 무슨 ‘창의적인’ 해법이 있는 것처럼 하면서, 미국의 요구에 맞서 우리 측이 무슨 카드를 내미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협정문이 무슨 신주단지나 되는 냥, 협정문 수정 불가만을 되뇌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그 결말이 어떨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공정한 사회’의 무역 또한 ‘공정’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이를 위해 한 세 가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자동차건 쇠고기건, 이런 식의 어떤 재협상도 불가하다.
둘째, 굳이 하자면 전면 재협상을 할 일이다. 차제에 치명적인 독소, 불평등 조항을 걸러 내야 한다. 내가 확인한 바로 그 개수가 한 30개 된다. 물론 그 중 첫 번째는 ‘투자자-정부 소송제’다.
셋째, 촛불직후 여야는 참 소중한 합의를 한 바 있다. 우리 주변국이 우리보다 좋은 조건으로 쇠고기협상을 했을 경우, 한미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 우리 주변국 어디도 우리처럼 협상한 나라는 없다. 미국에 특혜를 주다 보니 다른 나라 모두를 차별한 셈이 되었다. 그래서 이미 캐나다는 소송을 걸었고, 앞으로도 여차하면 줄소송날 판이다.



* 이 글은 <위클리 경향> 897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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