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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176

정부 재정준칙에 반대한다 세계경제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폭주 탓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각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로 짓눌린 경제를 구하고 물가하락 압력에 대응한다며 금리를 역사상 최저 수준에서 유지해 왔으니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이른바 ‘장기 침체’가 초래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는 재정적자를 마다 않고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제회복을 이끌어내기에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혹시 기존의 장기 침체 추세가 멈춘 것일까? 코로나19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다음에는 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 4월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EPI)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해소되고 나면 세계경제는 다시 장기 침체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 2022. 9. 21.
제조업 수출주도 경제의 위기 한국경제는 중대한 변동의 압력을 받고 있다. 무역수지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지난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 8월까지의 누적 무역수지는 247억2000만달러 적자였다. 이는 모두 195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의 적자 수치다. 그간 제조업 수출은 한국경제의 엔진이었다.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제조업 수출이 주도하는 성장모델이 위기 국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의 수출은 제조업 경제의 근간이다. 그간 무역흑자의 주축은 반도체 수출과 중국에 대한 흑자였다.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7.8% 감소했고 대중국 수출은 5.4% 줄었다. 1990년대 이래의 한국의 성장모델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자국 제조업 보.. 2022. 9. 7.
도대체 이 정부는 하고 싶은 게 뭘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다. 110대 국정과제도 나왔고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국정의 주요 의제를 설정할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추상적이어서 그렇지 내용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필자는 여전히 도대체 이 정부하의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게 될지 의문투성이다. 블랙박스인 이유는 이렇다. 요지는 대통령과 관료, 시장은 대통령이 보내는 메시지를 보고 관료, 시장이 행동을 결정하는 시그널링 게임의 관계도 있는데 이게 완전히 꼬여있다는 거다. 첫째, 대통령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지 않다. 드러난 것은 대통령 처음 해 본다며 능력 있는 장관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떨까? 대통령은 취임부터 자유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광복절 .. 2022. 8. 31.
승자와 패자, 그리고 버려진 자 최근 인플레이션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물가급등 탓에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지만 OECD 공식 통계 기준으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근원소비자물가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덜 오른 축에 든다.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생계비 위기인 셈이다. 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특징은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 원인이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생산비용이 치솟으면서 이번 인플레이션이 점화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전쟁의 영향을 논할 때에는 서방의 경제제재와 그 배후에 작용하는 미국의 대외 전략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역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강제하며 비용인상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주요국 정부의 재정 .. 2022. 8. 24.
‘한산’에서 보는 동아시아 세계체제 영화 이 화제를 낳고 있다. 전투장면 묘사가 압도적이고, 이순신 장군의 지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내외적으로 어려운 최근 현실과 겹쳐지는 장면들이 많아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첫째, 한산대첩은 동아시아 해양사의 중대한 고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일본 측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주요 인물로 떠올렸다. 허구이겠지만, 와키자카는 황해를 거쳐 톈진으로 가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영화는 이순신과 와키자카의 대결을 통해 임진전쟁의 세계전쟁으로서의 성격을 부각한다. 유성룡이 에서 “한산대첩의 한 번 싸움으로 나라가 보존되고 요동과 천진에 왜군의 발자국이 미치지 못했다”고 기술한 대목을 떠올리게 된다. 와키자카의 실제 위상은 영화에서만큼 높지는 않았다. 와키자카는 고니시 유키나.. 2022. 8. 10.
리더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이유 일론 머스크는 참 독특하다. 그의 기행은 주로 트윗인데 2018년에는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만우절 트윗을 했고,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했다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사기혐의로 피소되어 약 255억원의 벌금을 내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그는 주가, 코인, 증권거래위원회 등에 관한 발언을 계속했고 하비 피트 전 위원장에게 “철 좀 들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트위터 인수결정을 철회해서 또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머스크가 왜 그러는지 누가 알겠냐마는 우리는 머스크를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번째 교훈은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다.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숨은 요인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특히, 사람.. 2022. 8. 4.
가계부채 위기와 위험천만한 역주행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 7월 들어 달러 환율은 1300원을 넘어 고공행진 중이고 코스피 지수는 한때 2300 밑으로 떨어졌다. 6%대 물가상승률에 상반기 무역적자 103억달러. 그러나 수출 전망은 하반기에 더 어둡고 급기야 내년 상반기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최근 발표된 OECD의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눈앞에 닥친 리세션(침체)의 위험을 6개월째 예고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긴축 선회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전해져오는 신흥국 금융불안 소식도 불편하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따로 있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진행되는 한국은행의 속도 조절 없는 기준금리 인상과 8%를 향해 뜀박질하는 시중 담보대출금리가 가져올지도.. 2022. 7. 27.
경제적 분열과 민주화체제의 위기 지난 5월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는 라는 단행본을 펴냈다(신기욱·김호기 편). 필자는 이 책에서 한국 경제의 두 가지 구조적 분열, 즉 지역간·세대간 분열이 민주화 체제의 위기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논의한 바 있다. 이 분열은 코로나19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글로벌 체제의 재편과 겹쳐지고 있다. 경기후퇴가 본격화하면 두 가지 분열은 더 심화되고 1987년 이후 형성된 민주화 체제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각별한 위기감과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87년 민주화 체제에 내재한 지역문제는 영호남 간 정치적 분열이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에는 수도권으로의 경제력 및 권력 집중 문제가 이전 시기와는 차원을 달리하여 전개되었다. 이제 영호남 갈등보다는 .. 2022. 7. 13.
좀비와 싸우는 게 현재와 싸우는 것 얼마 전 미국 유명 경제지에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팬데믹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험과 그에 맞는 정책(적극적 재정·통화정책)을 성격이 전혀 다른 팬데믹 위기에 적용하다 보니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정부개입 책임론이 맞는 것일까? 이것도 일종의 좀비 아이디어다. 실증 근거는 없는데 계속 살아남아 우리를 괴롭히는 게 좀비 아이디어인데 부자감세가 경제성장의 마법이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은행발 위기가 총수요의 위축과 대규모 실업을 만들어 낸 것이고, 팬데믹 위기는 공급 충격인데 원자재, 소부장, 운송, 일할 사람 등이 모자랐다. 문제는 현재의 지표들이다. 일단 지난 5월 8.6%라는 40년 만의 기록적인 미국.. 2022.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