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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176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께 호소드린다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을 출발한 ‘길 위의 신부’ 문정현과 봄바람 순례단이 한국장학재단 대구 본사를 찾았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17일째 천막농성을 이어온 장학재단 콜센터 노동자들이 본사 로비 점거에 나선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사제가 불러온 봄바람으로 가난한 노동자들 마음에 환한 꽃이 피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콜센터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다시 드러난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의 단면은 비유컨대 꽃이 필 만한 봄은 아니었다. 형편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채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긴 시간을 견뎌온 그들은 또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서 3단계 전환 대상으로 분류되었던 민간위탁 노동자들이기도 하다. 지난 5년을 기다렸어도 그들에.. 2022. 4. 6.
대선 이후 전환기 리더십의 과제 20대 대선의 승패는 갈렸지만 새로운 리더십의 향방은 아직 분명치 않다. 이번 선거는 주로 조직기술과 정치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미래 비전과 시대정신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는 또 바뀔 수 있다. 여야 모두 지난 선거 과정을 복기하면서 전환기 리더십을 재구축해야 할 시기이다. 강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에는 전환기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리더십 이론의 용어를 빌리면, 이는 상황지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조지프 나이는 상황지능이란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감각과 준비성을 결합하고 위계적 권력 이상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쉽게 말하면, 상황지능은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낙관적 해법을 단언하는 이보다는 계속 질문을 .. 2022. 3. 23.
민주당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 과잉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행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 걸쳐 있는 이 개념은 정의와 쓰임새도 다양한데 단순화시키면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다 예측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 지나고 나서 말이다. 근데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내 말 안 듣더니 그럴 줄 알았어”. 이러고 나오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억장이 무너진다. 우기지 말라고 해도 그는 말도 듣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기억이 왜곡되거나,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불리한 것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편향은 자존심이 강하고, 토론에서 이기고 싶고, 비난받고 싶지 않아 하는 집단에서 더 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권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그러지 말자. 생.. 2022. 3. 16.
연금개혁,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시간은 미래로만 흐르고 누구나 소득을 벌 수 없는 시기를 맞는다. 따라서 후세대가 이전 세대의 노후를 돌보는 것이 경제적으로 최선이다. 그런데 현재의 근로세대로서는 미래세대로부터 노후부양을 약속받기가 어렵다. 경제이론에서는 세대 간 자원 이전을 위한 시장의 부재를 공적연금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공적연금은 모든 근로세대가 이전 세대의 노후소득을 부담하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적 계약이다.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늘수록 공적연금의 효과도 두드러진다. 반대로 생산연령인구가 정체되거나 줄면 후세대의 부양 부담과 함께 공적연금에 대한 회의도 커지기 쉽다. 최근 저출생, 고령화가 고착화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공적연금을 두고 논란이 재연되는 데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공적연금을 비롯한.. 2022. 3. 9.
‘20대 남자’에게서 읽는 시대정신 20대 대선 레이스에서 ‘20대 남자’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20대 남자 지지율에 각별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물론 선거 판세를 이들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20대 남자의 내부 구성이 복잡하기도 하고, 선거 구도는 정권심판론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논의다. 그럼에도 청년, 특히 20대가 보수세력 쪽으로 돌아선 것은 중대한 변화다. 20대 남자의 정치성향을 보면서 그들이 혐오정치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탄식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이 남녀 갈라치기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연이어 등장한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병사봉급 월 200만원’ 공약까지 묶어서 보면, 혐오정치 공약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 2022. 2. 23.
이러다 ‘보건복지부 폐지’도 나올라 1955년 12월1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흑인여성 로자 파크스는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를 거부했다. 갈등이 생기자 버스운전기사는 경찰에 신고했고, 그녀는 몽고메리 시법에 따라 체포되었다. 이것은 백화점 재봉사였던 한 흑인여성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그녀가 체포된 후 미국 남부 흑인착취제도 균열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몽고메리 버스승차거부운동이 시작되었다. 영웅담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히려 궁금한 건 이거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 아프리카에서 생포한 흑인 20여명을 실은 배가 도착한 1619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던, 그 강고한 흑인착취제도가 왜 하필 이때부터 붕괴되기 시작한 것일까? 수백년 흑인착취의 역사에서 용기 있는 로자 파크스가 한둘이었을까? 다론 아세모글루 미 매사.. 2022. 2. 16.
노동 전환기, 일자리는 국가 책임 재작년 12월, 노후 석탄발전소인 보령화력 1·2호기가 폐쇄되면서 에너지 전환은 우리에게도 당면한 현실이 되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재편 과정에서 석탄 화력발전 관련 1만4000명과 내연기관 자동차산업 관련 88만6000명의 노동자들이 고용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전체의 최근 공식 실업인구 100만명과 비교해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 노동자들 상당수에게는 일터 상실이라는 예정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할 땐 국제사회의 압력에 내몰려 허둥대더니, 체감할 만한 고용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절박함 앞에서는 느긋해 보인다. 어차피 그 모든 것들의 결정에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최근 5개 진보정.. 2022. 2. 9.
오미크론 확산과 지도자들의 말 코로나19 대유행의 새 국면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유럽을 휩쓴 오미크론 변이종이 한국에서도 곧 우세종이 된다. 정부는 의료체계를 고위험군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또 지역 거점 생활치료센터 병상을 확충하고 동네 병·의원을 1차 대응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거리 두기 강화조치는 다시 연장되었지만, 사적모임 가능 인원을 4명에서 6명으로 완화했다. 마트·백화점·학원·영화관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조치는 거둬들였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절충책을 쓰고 있다. 반복되는 단기대책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다. 방역패스의 효력을 다투는 행정소송도 여러 건 제기되었고, 법원의 판단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되면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은 거의 정해진 경로다. .. 2022. 1. 19.
‘괴벨스’란 보수, ‘탈레반’이란 진보 197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연설에 등장하는 복지여왕은 유명하다. 캐딜락을 타고 다니는 흑인, 여성, 복지사기꾼이라는 가공의 캐릭터이다. 당시 미국에 부정한 복지수급자가 왜 없었겠는가? 문제는 이 내러티브가 묘하게 대중의 촉을 건드리면서 보수공화당 부활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는 거다. 복지는 경제성장의 주적이다.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닥치고 무능한 정부와 싸워야 한다. 더 가관은 요즈음이다. 보수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에서는 매년 미국 각 주의 개인적·경제적 자유 순위를 매긴다. 2021년 기준 꼴찌가 뉴욕이고, 상위 2위가 플로리다이다. 개인에게 뉴욕은 지옥, 플로리다는 천국인 셈이다. 뉴욕이 지옥? 자유에 대한 왜곡이 너무하다 싶은데 여기에 천국 플로리다.. 2022.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