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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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176

최저임금, 너무 낮아서 문제다 9160원. 입사 10년차인 대구 성서공단 어느 노동자가 받는 시급이다. 산입범위 확대로 근속수당, 가족수당, 만근수당에 간식비, 교통비 등이 더해진 2022년 최저임금이다. 그간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각종 수당이 기본급처럼 둔갑한 탓에 실제 오른 시급은 단돈 몇백원이 전부였다. 그러다보니 최저임금으로 가족들 생계비를 벌려면 잔업에 특근까지 장시간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들에게 최저임금은 그 이상을 받아본 적 없기에 또한 최고임금이기도 하다. 지난주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주최한 최저임금 증언대회에서 공개된 어느 금속노조 조합원의 이야기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그 최저임금마저도 주는 것이 아까워 이리저리 깎으려고 애쓴다. 주휴수당이나 휴게시간 없기는 부지기수이고 필수적인 준비시간도 노동시간.. 2022. 6. 29.
민주주의자 예춘호 민주주의의 위기가 운위되는 시기다. 20대 대선은 상대 진영에 대한 적개심을 결집해 이루어진 선거였고, 뒤이은 6·1 지방선거는 대선 연장전으로 치러졌다. 지금의 행태로 보면, 정치권은 향후 산업·노동·지역의 재편에 대해 정치적 분열을 격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되면, 민주주의의 위기는 본격화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할까? 현실이 캄캄할 때, 우리의 소중한 민주주의 전통을 돌아보게 된다. ‘원칙 있는’ 민주주의자였던 고 예춘호 선생(1927~2020)이 지금 불빛이 될 수 있겠다. 예춘호는 5·16 쿠데타 이후 결성된 민주공화당의 30대의 촉망받는 사무총장이었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고 유신체제에 저항운동을 벌인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2022. 6. 15.
스카이라고 다 같은 스카이가 아니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1975년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의 위대한 점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같은 것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콜라를 마시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콜라를 마시고, 당신도 콜라를 마신다. 어쨌든 유명한 사람의 말이니 한 수 접고 들어가지만 크게 동의는 안 된다. 최근에 흥미로운 연구가 몇 개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버전으로 바꿔보자. 자식을 상위 1%로 만들고 싶은가? 그러면 대치동 학원 보내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소위 말하는 스카이나 아이비를 졸업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거다. 명문사립고등학교를 나와야 한다. 또 하나. 포천 상위 100대 기업임원의 10%는 아이비리그 출신이지만 미국 모든 상장기업의 10%는 적어도 1명의 하버드 출신 임원이 있다. 명문사립고등학교.. 2022. 6. 8.
지방선거, 희망과 변화의 뿌리내림 2017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인천공항을 찾았다. 그곳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있었다. 그러나 연출된 감동은 오래 가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으로 제동을 걸면서 개혁은 포기되었다. 누군가는 공공기관 자회사인 용역업체로 소속만 바뀌었다. 누군가는 끝내 민간위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도 처우 개선은 미미했고 전환 규모도 박근혜 정부와 별 차이가 없었다.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 역할을 제대로 안 하면서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사용도 제어되지 못했다. 현대제철 사례로 드러났듯 불법파견도 마다 않고 어떻게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본은 아예 정부를 본떠 자회사 방식으로 간접고용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비정규직 비중은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늘었다. 경제.. 2022. 6. 2.
그런데, 어떤 ‘자유 시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앞길은 첩첩산중인데, 어떤 지도를 갖고 있는지 뚜렷하지 않다. 대통령 취임사에 대해서도 ‘독특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발화의 상대가 국민, 재외동포, 세계시민이다. 반지성주의를 언급한 것도 화제였다. ‘자유’라는 단어는 35번 나오는데, ‘통합’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자유 시민’이라는 단어였다. 우선 취임사에 등장하는 자유가 시장만능주의의 자유를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번영과 풍요를 가져온다는 것은 제도를 중시하는 제도주의 경제학 전통의 논지이기도 하다. 자유가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고 자유 시.. 2022. 5. 18.
능력·경쟁 논리는 강자 앞에서 멈춘다 경쟁을 촉진하는 시장과 능력 중심의 인사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은 겉으로 보기에 나쁠 거 없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고 이보다 나은 체제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이미 상식이다. 거창한 이념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고 미세한 것들이니 그냥 현실의 시장을 한번 들여다보자. 자본주의의 성지 미국에 한 일화가 있다. 산드라 데이 오코너라는 미국 최초의 여성대법관이 스탠퍼드 로스쿨을 3등으로 졸업한 것이 1952년인데 그녀가 구할 수 있는 첫번째 직업은 법률비서였다. 1960년에는 의사와 변호사의 94%가 백인남자였는데 이게 60% 정도까지 떨어진 게 2010년이고, 이러한 시장의 진보가 그 기간 1인당 GDP 성장률의 20~40%를 설명한다는 실증분석.. 2022. 5. 11.
볼커의 신화, 혹은 착각 세계 경제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극복하고 1984년 이후 최근까지 물가가 안정되어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떠도는 ‘신화’가 있다. 여러 경제학자들은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의장 폴 볼커의 단호한 통화긴축이 경제주체들의 신뢰에 영향을 미쳐 물가안정을 가져왔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역사에 대한 무지이거나 비양심이다. 당시 볼커는 지급준비금(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둔 화폐이며 본원통화의 한 부분)의 양을 일정 목표 범위 내로 묶어둠으로써 물가를 잡겠다고 했다. 돈의 양인 통화량을 줄이면 물가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통화주의 교리가 그 근거였다. 그러나 연준은 약속했던 통화량 목표를 단 한 해도 지켜내지 못했다. 그와 같은 역사적 진실 앞에서 볼커의 신화는 궁색하다. 볼커가 했던.. 2022. 5. 4.
50조원의 소상공인 지원 약속 이번주부터 거리 두기가 모두 해제되었다. 2020년 3월 거리 두기 대책이 시행된 지 2년1개월 만이다. 마스크는 계속 써야 하지만, ‘집단감염 위험시설’에 대한 모든 운영제한 조치는 풀리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업종 종사자들로서는 무거운 족쇄가 풀린 셈이다. 그러나 앞날이 꼭 밝은 것만은 아니다. 대유행은 또 올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하고, 윤석열 당선인이 약속한 50조원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도 어떻게 지켜질지 지켜봐야 한다. 방역대책과 민생대책은 긴밀히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지난 2년여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고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2022년 4월 현재까지 6차례의 대.. 2022. 4. 20.
한국 보수는 창피함을 모른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 6단체장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규제 완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최저임금 차등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이에 화답하듯 기업의 자유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경쟁, 능력, 효율 등을 상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그럴듯한 자유시장경제철학이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기면 한국 보수의 민낯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보수는 창피함을 모른다. 이날 행사는 전경련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권에서 어버이연합 관제데모를 조장하고, 미르재단을 위해 재벌들의 기부금.. 2022.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