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FTA 국회 비준 철저한 검증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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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한·중 FTA 국회 비준 철저한 검증 거쳐야

by eKHonomy 2015. 6. 1.

한국과 중국이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해 양국 정상이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한 지 7개월 만이다. 이번 서명으로 한·중 FTA는 국회 비준 동의 등 발효 절차만 남기게 됐다. 정부는 이번 FTA에 대해 중국 시장 선점, 미래성장 동력 확보, 투자유치 확대 등의 의의를 갖는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기진맥진한 한국 경제가 한·중 FTA를 계기로 돌파구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섞여 있다. 물론 중국은 한국 경제에 절대적 존재다. 전체 수출의 26.1%, 수입의 18.1%가 중국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중 FTA를 한국 경제의 구세주로 여기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한·중 FTA는 13억명의 빗장을 연 것이기도 하지만 13억명에게 한국 시장을 내준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여기는 모양이지만 상당수 기업이 이미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등 FTA를 통한 수출 기대효과는 커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 고급 소비재 시장의 한국 제품 점유율은 2007년 6.0%에서 지난해에는 4.5%로 감소하는 등 경쟁력도 약화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스마트폰 샤오미 돌풍에서 보듯 중국의 혁신 속도를 감안하면 한국 시장이 중국에 종속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 중국이 농업 분야까지 양보하며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시장 개방이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중국산 생활용품, 섬유 및 패션, 가공식품 등이 한국 시장을 휘젓고 있는 상황에서 빗장이 열리면 중국 제품이 한국 시장을 싹쓸이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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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협정문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쌀 개방 제외 및 농축산물 개방 수준 최소화 역시 언제든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만 할 수 없다. 게다가 정부는 여태껏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의 보완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과 도출에만 함몰돼 안전장치 없이 시장을 여는 것은 무책임하다. 결국 무역 확대를 통한 부의 창출로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시장 개방의 효과는커녕 거꾸로 국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중 FTA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지지부진했으나 양국 정상의 교차방문을 통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면서 급진전됐다. 당연히 국회는 경제·사회적 득실과 분야별 영향을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단순한 결과 추인이 아니라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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