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그린벨트 해제, 집값 잡기 대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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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시론]그린벨트 해제, 집값 잡기 대책 아니다

by eKHonomy 2018. 9. 12.

지난 100년간 서울의 연평균 기온은 2.4도 상승했다. 세계 평균의 3배다. 올여름 서울의 최고기온은 39.6도로 111년간의 기상 관측 이래 최고기록을 세웠다. 온열질환자 수는 613명으로 지난해 106명에 비해 5.8배나 늘었다. 초미세먼지는 파리, 런던, 도쿄 오염 수준의 2배 이상이다.

 

도시 숲은 도심보다 최대 3~7도까지 기온이 낮다. 도시의 열병을 예방하는 최대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도시 숲은 여름철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90%까지를 차단해, 실내온도를 약 11도 낮추고, 가구당 8~12%의 냉난방 비용을 줄여준다. 이에 따라 생활권 도시림이 1인당 1㎡ 증가하면 전국 평균 소비전력량은 0.02㎿h 감소하게 되고 특별시·광역시 내의 여름철 한낮 온도를 1.15도 감소시킨다. 한편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홍릉 숲에서 보름 이상 측정한 바에 따르면 홍릉 숲은 2㎞ 떨어진 도심의 부유먼지 25.6%, 미세먼지 40.9%를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의 자연 방패가 도시 숲인 것이다.

 

지난 4일 경기 광주시에 있는 남한산성에서 찍은 서울 도심의 모습. 우철훈 기자

 

세계 주요 도시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독일 베를린 27.9㎡, 영국 런던 27.0㎡, 캐나다 밴쿠버 23.5㎡, 미국 뉴욕 23.0㎡, 프랑스 파리 13.0㎡, 중국 베이징 8.7㎡이다. 서울의 도시공원은 얼마나 될까? 서울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5.3㎡에 불과하다. 서울 인근 수도권의 인천이 7.56㎡, 경기도가 6.62㎡로 형편은 비슷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1인당 도시공원 최소기준인 9㎡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조차도 도로 등 타 기반시설과 달리 중앙정부의 지원이 전무해 도시공원의 절반 이상이 해제 위험에 놓여 있고, 도시공원에 아파트 개발을 허용하는 민간특례사업으로 전국은 지금도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린벨트까지 헐어 대규모 아파트를 짓도록 하는 건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다.

 

서울의 집값은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집은 이미 충분하다. 신주택보급률 기준 서울은 100.5%(2017년 5월 추정)를 넘었다. 전국적으로도 2010년에 이미 100.5%를 돌파했다. 이제는 주택의 양적 확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맞춤형 수요관리가 주택도시정책에 핵심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국지적 아파트값 상승은 생활 인프라가 충분한 도심에서 살고 싶다는 수요에 기인한다. 도심에 직장이 있고 좋은 교육, 교통, 의료, 문화, 소비 인프라가 밀접해 있으니 당연한 욕구다. 물론 특정 지역 아파트를 자산증식 수단으로 악용한 다주택 민간임대주택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릉공원의 도시숲. 빌딩과 주택으로 둘러싸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도심에 자리 잡은 삼릉공원의 초록빛 도시숲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걸러주는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은 1인당 도시숲 면적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인 9㎡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집값안정 운운하며 그린벨트를 훼손한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정말 집값안정이 목표라면 5%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을 적어도 OECD 평균인 11.5% 수준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공급하는 방법이 맞다. 영구 공공임대주택은 8년 후 일반분양이 가능한 ‘무늬만 임대주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장기간 전세나 월세 형태는 물론 그 대상도 1인 가구,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서민 등 다양한 주택수요를 반영한 주거복지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의 소유도 불가한 만큼 자산증식 수단으로 작용하거나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염려도 없어 주택시장 가격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영구 공공임대주택은 낮은 층수의 노후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일정 정도만 높여도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도심의 양호한 생활 인프라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햇빛도 들지 않고 통풍도 안되는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출처:경향신문DB

 

문재인 정부가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를 허물어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과거의 주택정책을 답습한다면 폭염과 미세먼지 등 도시과밀화로 인한 환경피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GTX,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수도권 구간)의 개발 압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수도권 인근의 강원권, 충청권의 인구를 흡수하는 블랙홀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수도권 과밀 문제와 도시연담화를 막고 도시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해 박정희 정권 때 도입된 제도가 그린벨트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임대 후 분양이 가능한 국민임대주택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린벨트는 모든 정권의 개발 유휴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인구의 절대적인 감소에도 수도권의 인구는 지방의 인구유출로 채워지고 있고 지방은 텅 비어가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는 주택도시정책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맹지연 |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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