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친서민정책 '소리는 컸는데 쥐한마리 움직인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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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위평량의 경세유표

이명박정부 친서민정책 '소리는 컸는데 쥐한마리 움직인 꼴'

by eKHonomy 2010. 10. 1.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상임연구위원



태산명동서일필' (泰山鳴動鼠一匹) Ⅰ.


올 초부터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창출을 위한 국가고용전략회의 등을 꾸리면서 서민경제와 연결된 중소기업 활성화를 시도해 왔습니다.
7월 들어서부터,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관료들의 이른바 대기업 때리기와 친서민·친중소기업 행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처럼 비춰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29일 발표된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은 실망스러
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걸 두고 태산명동서일필(
泰山鳴動鼠一匹)이라 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①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 ② 중소기업 사업 영역의 보호 및 동반성장 전략의 확산, ③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 지원, ④ 지속적인 추진․점검 체계의 구축 등 4대 전략을 세우고 15개의 정책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4대전략은 전략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며, 그 내용이 중요합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현장의 애로를 극복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하여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를 ‘속빈 강정’이라 하겠지요. 
 

납품단가 부당감액의 입증책임을 원사업자가 해야 하며, 하도급법을 2차 이하 협력사로 확대 적용하는 것, 중소기업 업종을 일부라도 보호하고자 한 바람직한 조치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행과정에서 얼마나 공정하게 이루어질지 미지수이며, 이번 정책은 중소하도급기업들의 절박한 현실과 비교했을 때 지엽적인 대책들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하도급기업을 보호하려는 대통령의 진심(?)은 서민들과 중소기업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못하고 비판받고만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조치로 강조된 몇 가지 법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공론화를 위해 두 세 차례에 걸쳐 나누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생 방안에 대해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러 차례 강조해 왔듯이 대중소기업간의 문제는 중소기업 및 하도급기업의 경제력(돈과 정보력, 정치력, 사회영향력을 포괄)이 대기업과 원사업자보다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는 궁극적으로 두 집단 혹은 두 주체 간에 협상을 할 때 결정적으로 작용하므로 협상력(negotiation power)이라 합니다.
따라서 정부 개입의 최종 방향은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높여줌으로써 상호 대등하고 공정한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는 전속고발권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정거래법(제71조2항)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 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공정위는 위반 업체를 의무적으로 고발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행정기관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것은 특정한 범죄의 적발과 제재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갖춘 행정기관이 국가의 일반 형벌권을 행사하는 기관인 검찰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정 범죄 전담 행정기관의 고발권 행사가 오남용되거나 불공평하게 행사되지 않아야 하며, 그리고 특히 피해자 구제가 합리적으로 수행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오남용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해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져 왔습니다. 
 

다음의 <표> 는 공정위에 접수된 사건 처리 실적입니다. 전체 사건 가운데 조정 및 무혐의 처리까지 포함 한다면 사건 수도 많을 뿐 아니라, 특히 전속고발권에 의한 고발비율도 크게 낮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 <표>는 공정위의 법집행 의지가 미약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렇기 때문에 고발권을 피해당사자들에게 환원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통계 뿐만 아니라 중소하도급기업들은 대기업 및 원사업자들의 횡포를 경영애로 사항으로 들며 이를 해소해 달라고 합니다.
관련한 통계자료 등을 보면 더 이상 중소하도급기업의 부당한 피해를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확보, 서민가계 보호, 양극화의 해소 및 국민경제 토대구축을 위한다면 대중소기업 간, 원사업자와 하도급사업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 관행을 정착시켜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따라서 전속고발권 폐지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매우 필요한 조치의 하나이고 우리사회의 지향점입니다. 전속고발권은 앞서 언급한 참담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일 뿐만 아니라 이미 알려져 있듯이 소비자기본권 확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진술권 확보 및 평등권의 확보라는 법적 정의를 달성함으로서 국민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도 매우 필요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그간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하면서 내세운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해온 이유 가운데 첫 번째는, “외형상 위법행위 유형에 해당하더라도 경쟁제한성이 있어야 위법성이 인정되므로 경성카르텔을 제외하고는 사전적으로 법위반 여부를 명확하게 알기 어려워, 법위반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형사처벌을 위해 수사기관에서 기업인들을 소환ㆍ수사할 경우 기업활동에 큰 부담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경쟁제한성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경성카르텔, 즉 경쟁사업간의 가격제한, 산출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의 합의에 의한 공동행위 등 비교적 쉽게 적발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외에 은밀히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동행위는 찾기가 쉽지 않고, 설령 적발되더라도 경재제한성을 치밀하게 심사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처벌하기 곤란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성카르텔도 당국이 인식하고 판단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맹점들을 기업은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쟁제한성 추정기준을 현실에 맞춰 대폭 완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추정기준은 더욱 어렵고 복잡하므로 생략하겠습니다만, 기준 완화는 매우 치밀해 지는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쫒다 보면 그 자체로 최종 판단이 어려워 질 수 있는 현재의 법집행을 단순·용이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경쟁제한성의 판단은 불법행위가 이루어 진 이후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지난 뒤에야 확정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공정위가 조사하는 기간, 고발을 결정하는 과정, 검찰에서 수사하는 기간을 더하고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공정위, 검찰 및 법조 생태계에서는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가 시작된 순간부터 대기업은 두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공정위의 일반 조사에 대해서 대기업 직원들이 동원되어 조사방해까지 하는 지경에 있습니다. 그리고 막강한 자본력과 정보력, 관리인맥 등을 활용하여 다른 결론으로 유도해 버릴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듯 결과도 결과지만, 그 사이에 피해를 제소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보복조치 등으로 인하여 업계에서 퇴출당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입니다. 
 

대기업들의 조사과정에서 주가하락도 나타날 것이고 경영상의 전략적 판단도 다소 늦어지므로 공정위 및 재계의 우려와 같이 검찰 수사는 기업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공정거래법으로 가장 엄격하게 다룬 담합사건 조사 및 수사와 관련해서 대기업의 주가가 폭락했다든지, 경영판단이 잘못되어 해당 기업이 궁지에 몰렸다든지, 또는 파산에 이르렀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고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는 대규모 정치자금 제공 등과 관련이 깊었습니다.
또한 공정위의 과징금에 대해 기업은 불복 신청을 하고 법원에서 다툼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징금 규모도 부당한 담합행위로 취한 이득에 비해 너무 작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에 심대하게 영향을 주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수사 등으로 인하여 기업의 경영활동에 큰 부담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도 않고 크게 염려할 바가 못 됩니다.

공정위가 두 번째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 각국도 위와 같은 이유로 형사처벌에 소극적이며, 경쟁당국이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하고, 독일, 스페인, 이태리, 스위스 등은 형벌규정이 없으며, 이러한 국가에서는 전속고발제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 특히 OECD 국가 중 다수(30개국 중 17개국)가 형벌규정이 없고, 형벌규정이 있는 13개국 중 카르텔에 한정하여 형벌규정이 있는 국가가 7개 국 뿐이다.
또한 형법(셔먼법)으로 출발하여 형사집행이 가장 활발한 미국도 형사처벌은 가격·입찰 담합 등에 국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법률 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전속고발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실제 고발 사례는 매우 적고 공공부문 입찰담합 등에 한정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등은 경쟁당국이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하여 직접 법원에 기소하거나 검찰에 고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발전하는데 동의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위만 가지고 있는 전속고발권제도를 폐지해야 하거나 미국, 일본 등과 같이 최소화 하기위해 전속고발권 일부를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즉, 피해당사자들과 제3자가 불법행위를 한 대상을 사법당국에 직접고소·고발 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왜 그런 제도가 없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나라 국민성이 태어날 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보다 선하고 도덕적이며, 윤리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2010년 현재 그들 나라에 우리와 같은 법제도가 논의되지 않고 일부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처럼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심각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경제적 약자들이 강자들로부터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다른 법제도들이 비교적 공정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형사처벌을 최소화 한 것은 민사적 방법으로 충분히 구제 받을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경제적 강자 들이 그런 불법 부당한 행위를 했을 경우 법에 의해 결정적으로 제재를 당했고,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교훈으로부터 내려온 학습효과가 사회전반에 관행으로 정착되어 현재와 같은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선진 자본주의국가에서는 자국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법제도를 운영해 왔습니다.

예컨대 미국소득세 최고세율은 1944년 94%까지 상승한 경우도 있고, 독일은 토지가격 억제를 위해 1936년 지가정지령으로 땅값을 30년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며 이와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하도급거래의 공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방식의 법제도를 제정·운영해야 합니다.

 세 번째, “대중소기업 하도급거래관계상에 나타나는 부당감액, 조정거부, 거래단절 등 보복조치는 당사자 간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적․경제적 분쟁으로 반사회적 범죄가 아니고, 특히 법 위반행위에 대해 곧바로 형벌을 부과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시정조치 불이행, 상습적 법위반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형사고발하고 있기 때문에 전속고발권 폐지는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거래는 계약 및 거래자유라는 사적자치의 영역이므로 정부개입에 부정적인 시각입니다. 그리고 범죄의 경중에 따라 접근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주장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사적자치를 원활히 하여 건전한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그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이해충돌에 관한 해결 통로가 원활히 작동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 및 이해당사들이 주도할 수 있는 손해배상에 중심을 둔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s) 등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법제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분이 너무도 불충분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경제적 강자로부터 수탈을 당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는 전속고발권을 피해자 일반에게 돌려줌으로써 법의 예방적 효과를 극대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공정위의 폐지 반대 골자는 위법사항이라 해도 대충 눈감아주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으며, 이것은 이명박대통령이 강조한 “공정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공정위가 현재와 같이 소극적 법집행에 머물러 있고, 획기적인 제도개선에 반대한다면, 힘 있는 기업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약자를 착취하는 것을 방조하는 조직이라 비판 받게 될 것입니다. 대중소기업 간 협상력 보완은 공정위 등이 나서야 될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이며,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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