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이전에 '인본주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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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위평량의 경세유표

G20 이전에 '인본주의'부터

by eKHonomy 2010. 11. 2.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인본주의는 간단히 '사람 중심'이라 말 할 수 있습니다.

인본주의를 생각하면 여러 사람이 떠오릅니다만,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토머스 모어입니다.
1516년, 그가 쓴 <유토피아>는 역사 이전 시대부터 인류가 추구해온 가치를 어떤 정신적 바탕에서, 그리고 어떤 제도 개선을 통해 시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더 높은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세부적인 개혁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작은 비록 한 사람의 지도자로부터 비롯되었으나, 깨어있는 시민들이 올바른 정치가와 정치집단을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결국 이상사회는 시민들의 힘으로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들에게 자각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비록 작은 국가를 상정하고 이상사회를 제시하였으나, 2010년 현재, 인본주의 가치는 작게는 한국, 크게는 지구촌 공동체로 확장해 볼 수 있습니다. 
 

제5차 G20 정상회담이 11월 1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제4차 회의는 지난 6월 26일 캐나다에서 개최되었지요.
G20 정상회담의 직접적인 배경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입니다. 선진국들은 위기극복을 위해서 신흥국가들과의 공조체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였으며, 그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이후 2009년 미국과 영국, 2010년 6월과 11월에 캐나다와 한국에서 개최되기에 이르렀고, 매년 다른 회원국을 순회하며 개최될 것입니다.


10월 3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G20 자원봉사자 발대식. /경향신문 김문석 기자


G20의 연원은 1997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경제위기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세계는 97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개방 체제에서 한 지역의 위기가 곧바로 지구적인 위기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국제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1999년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가 모인 G20재무장관회의를 만들었는데, 2008년 이 장관급회의가 정상회의로 격상된 것입니다. 
 

G20은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2008년 위기가 1929년 세계대공황과 같은 참혹한 상황으로 확산되는 것을 잠시 지연시킨 성과를 들 수 있습니다. 여러 국가들의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운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초래한 국가와 자본의 주체들이 G20 체제를 주도하는 것은 공멸하지 않으려는 위험 회피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일 뿐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정책공조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구촌 절대다수 시민들의 생활상을 반영하기 보다는 20개국만 생각하는 듯 하고, 특히 선진국의 이익을 보전하려는 흔적들이 엿보이며, 또한 금융자본과 함께 각국의 기득권층을 위한 측면이 더 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G20은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후진국을 위한 지원책도 있기는 합니다만 코끼리에게 비스킷을 던져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G20성공적인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국격(國格)이 높아지는 효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 효과 등을 감안하여 최소 약 21조원에 이른다고들 합니다.
주요국 정상들과 관련 인사들의 방문에 따른 직접적인 소비효과가 약 1,023억원, 국가신인도 제고 효과 1조4228억원에 기업이미지 제고 및 매출(수출)증대효과가 20조 325억원이라는 계산입니다.

이로써 기업의 이익증가와 특히 일자리 유지 및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만, 이러한 내용은 매우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므로 일단은 가정에 머문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직접소비효과를 제외하고는 중장기적인 효과가 몇 년에 걸쳐 달성될지 알 수 없으니 실익을 따져봐야 합니다. 광고비 투입과 수출증대 효과에 있어서도 수출(매출)의 광고비 탄력성은 국내외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면밀히 따져야 합니다. 

G20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본주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사람을 기준으로 모든 정책이 고안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부자 나라 및 특권층이 누리고 있는 다양한 기득권을 대폭 완화하여 그런 결과가 최빈국가 및 못 사는 국가와 그 안의 일반서민들이 나누어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집행되어야 합니다.

경제위기는 항상 근로자와 가지지 못한 계층에게 혹독한 결과를 안겨다 줄 뿐이며, 그 위기를 초래한 대규모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은 더욱 비대해지고 번성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위기 탈출에 국가재정이 투입되면서 궁극적으로 고통이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거대자본과 투기적 자본 등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개방경제 체제에 있어서는 더욱 절실한 과제 일 것입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 기동대원들이 27일 한강 노들섬에서 
모의 시위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세구 선임기자




이와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 것이 국제금융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한 개혁정책입니다. 

금융규제와 국제금융기구의 개혁을 위해 IMF 쿼터 조정과 세계은행 투표권의 재조정 문제를 서울에서 논의할 예정입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세계금융(경제)위기를 방지하는 데는 턱없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본질에서도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지난 4차례 정상회담에서 보이듯 여전히 부자 국가들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자국의 거대자본을 보호하려 합니다. 

선진국의 금융산업 보호막을 깨고, 겸업주의로 대형화 된 금융기관(자본)을 엄격히 통제하는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른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각종 파생상품의 통제를 포함하고 조세도피처를 통제하는 정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잘 알다시피 KIKO와 같은 파생상품이 우리 중소기업에 얼마나 피해를 주고 있습니까?  

따라서 전 세계에 걸쳐 토빈세(Tobin tax)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캐나다 회의까지 논의된 바 있는 은행세(bank levy)는 당시 찬반 대립 속에 금융안정부담금과 금융활동세로 축소되었고, 이마저도 최종합의에 실패하고 각국마다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수준입니다. IMF가 제시한 네 가지 중에 금융거래세 등도 모두 그 이론적 배경은 토빈세로 이해됩니다.)

1978년 토빈 교수가 제시한 이 시스템은 국제통화안정과 환율의 급등락을 완화할 수 있으므로 결국 금융시스템과 세계경제의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1980년 이후 국제투기성자본의 단기이동 및 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1980년대 이후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면 90년대 중반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폭은 훨씬 더 작았을 것이며, 2008년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위기도 최소화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1929년 대공황도 역시 그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자본의 세계적인 이동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큽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금융시스템과 자본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적 폐해가 적나라함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들은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물론 세계적으로는 선진국과 그 자본이 있으며, 개별 국가적으로는 대규모 금융 및 산업자본이 있습니다. 결국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자본권력의 탐욕 때문인 것이지요.

자본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측면도 있으나, 지금의 자본은 오히려 삶의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본의 긍정적인 측면을 사람을 위해 사용하고, 자본에 내재된 탐욕과 포악성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금융안정화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으로는 환율 전쟁입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통화 강세유지를 바라고 있고 중국 등은 인위적인 통화 강세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은 한국의 통화절상 속도가 다른 나라 보다 낮다며 한국을 걸고 들어가는 형국입니다.
이 같은
환율전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더욱 강한 압박 속에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기업에 의존한 수출중심 구조인 한국으로서는 참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업보다는 중소 수출업체가 더 큰 걱정입니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강건하게 생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적 배려가 집중되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보면 국내 하도급구조의 일대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기술지원 및 세제혜택도 중요하지만 중소하도급기업들이 공정한 시장질서 속에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010년 G20회의의 두 번째 의장국인 한국의 힘(power)은 미약합니다. G20개국에 포함되었다고는 하지만 외교역량, 국제적 위상은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난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중산층과 서민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목소리와 제도 개혁에 한 몫을 해야 합니다.

가난한 국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cash)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계금융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개선과 국내외적으로 빈부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마련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적인 소명을 가지고 회의에 임해야 합니다. 즉, 선
진국주도(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의 은행세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토빈세(또는 금융거래세)의 도입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명분을 획득할 수 있고 명분은 또 다른 성과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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