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비자금...'한국적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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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위평량의 경세유표

재벌과 비자금...'한국적 지배구조'

by eKHonomy 2010. 10. 19.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스티브 잡스. 애플의 창업주인 그의 열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1977년 개인용 pc출시부터 시작해서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그러나 IBM등과 같은 대기업의 공세로 회사운영이 어려워지자 그는 1985년 회사에서 퇴출당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3D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인크레더블 등으로 다른 회사에서 재기에 성공합니다. 

그런 가운데 애플은 파산위기에 직면했고 애플 경영진은 스티브 잡스를 임시 CEO로 다시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이폰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그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세계적인 주목을 받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2003년 이후 약 1470%가 올랐고, 현금성 자산 규모만 해도 지난 6월 현재 약 23조원(도요타 약26조원, 삼성전자 약6조4천억원)이나 됩니다.  



Apple Inc. CEO Steve Jobs demonstrates the new iPad as he speaks during an Apple Special Event 
at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 January 27, 2010 in San Francisco, California.  /AFP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창업주가 주주 및 경영진(이사회)로부터 퇴출당했고 다시 초빙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이사회는 주식회사내의 공식기구이지만 정치적 구조로 보면 마치 입법부와 행정부가 나뉘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의 관점에서 회사의 경영진(집행이사)을 감시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이 세계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은 이사회의 역할과 독립성 확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창업자라 할지라도 회사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쫒겨 날 수 있고, 그리고 능력이 검증된다면 언제라도 복귀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리나라에서는 어떻습니까?

1997년 경제위기 여파로 30대 재벌그룹 가운데 15개가 퇴출 된 것을 제외하고, 총수 일가가 기업 경영상의 문제로 변경된 경우는 전무합니다.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만, 경제위기 여파로 인해 투입된 공적자금이 총 168조 6천억원에 이릅니다. 유무형의 국민적 부담으로 남았고, 아직도 118조원이 미회수인 상태입니다.

재벌기업이 잘못되면 대다수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게 되고, 따라서 국민경제 비중이 큰 재벌기업의 올바른 경영과 성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국민적인 관심과 함께 이들의 바른 경영이 중요하게 되며, 우리가 재벌기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회사를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사진(경영진)의 감시기능이 그만큼 중요하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의 경영의사결정에 있어서 핵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없는 사례들을 수없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대주주 및 창업가족이 이사회를 통솔함으로서 경영진(집행이사)은 그들의 의견을 좇고, 오너와 그 일가를 위해 충성을 해야만 하는 풍토입니다. 다수의 소수주주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경영진을 감시하는 제도로서 독립적인 사외이사제도를 강조하고 도입하였으나, 극히 일부 사외이사를 제외하고는 그들과 한 패가 되어버린 격입니다.
다수의 사외이사들은 정치적 활동의 결과로 얻은 자리이므로 정치권 로비스트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까지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생활하기에 넉넉한 인사들이 월 수백만원의 용돈을 받기 위해 자리를 유지하는 등 정작 전문성을 발휘하며 기업의 올바른 경영을 위해 활동하는 사외이사들은 찾아보기 힘든 구조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가 또다시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의 비자금 사건과 같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부분의 비자금은 정치권(인)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어떻게 정치적 압력들을 배제하고 수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 우려됩니다.
다른 하나는 재벌그룹 수사 때 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국민경제에 대한 악영향’이었습니다. 그런 판단을 들어 수사를 마치고도 축소된 결론을 내리거나, 또 대주주 및 창업주를 기소하였으나 얼마가지 않아 정치적으로 사면시키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으로부터 재벌 총수들이 얻은 교훈은 탈세 및 비자금조성 등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욱 은밀하고 치밀한 방법이 무엇인지, 또 법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수사를 무마할 수 있는 권력실세와 통할 수 있는 루트가 어디 있는지를 찾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검찰의 일은 재벌총수들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교훈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튼, 한국에서의 기업 지배구조는 소유구조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 총수가 있는 35개 대기업집단 내부지분율은 50.50%에 달하고 있습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4.40%이고 계열사를 동원해 자회사 및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상호출자 및 환상형 출자 등입니다.
▲ 또한 35대 재벌그룹 소속회사 중 총수 일가가 100%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는 29개사인 2.67%에 불과한 반면 총수 일가 지분이 전혀 없는 계열회사는 755개로서 69.6%에 달합니다.
그런데 총수의 그룹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주식지분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소유 지분 없는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소유구조를 이용하여 비자금의 조성, 탈세 및 탈루를 자행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투명한 소유지배구조와 경제력집중(소유집중)을 일부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기되어 버렸습니다. 이 제도는 재벌그룹 갖는 경제력으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사회적 악습과 폐해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즉, 재벌들이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배경으로 대마불사(too big to fail)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한국식 재벌은 해체되어야 합니다. 한국식 재벌이 해체되지 않고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들이 반복될 것입니다.
재벌체제를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재벌을 해체하지 않고 국민경제에 제대로 기여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아주 많습니다. 또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총수가 구속될 때 망하는 재벌이라면 당연히 사라져야 합니다.

그만큼 1인 독재체제에 안주해 왔다는 반증이며, 총수 이외에 제2의 스티브 잡스는 언제라도 출연할 수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합니다. 아니, 총수체제 때문에 그 빛을 발할 수 없었을 뿐, 기업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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