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기자메모'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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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기자메모99

기술지상주의와 LG의 돌변 잠깐이라도 타본 승용차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모델을 꼽으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바로 BMW의 M550d다. 차라기보다는 ‘기술의 끝판왕’ 같은 공학작품처럼 보인다. 처음 나왔을 때 M550d에는 터보차저가 3개 달려 있었다. 발을 갖다대기 무섭게 치고 나갔다. 터보랙(터보 작동 전 지체현상) 따위는 없다. 3ℓ 디젤 엔진인데 어지간한 8기통 이상 가솔린 모델을 뺨친다. 최고출력 381마력에 최대토크 75.5㎏·m다. 근래 새로 나온 M550d는 터보차저를 하나 더 달았다. 한데 이 차 가격은 1억2200만원이나 한다. 솔직히 판매보다는 기술의 정수를 자랑하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이런 기술력을 자랑하는 BMW도 판매량에선 메르세데스 벤츠에 한참 밀린다. 테크노센트리즘. 흔히 ‘기술지상주의’로 번.. 2019. 10. 14.
‘컨틴전시 플랜’이면 강력하고 ‘비상계획’이면 평범한가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지난 8월 초부터 기사에 자주 등장한 말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여파로 국내 환율과 주가가 요동칠 때 기획재정부 등 당국자들은 “컨틴전시 플랜을 갖추고 있다”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겠다”며 시장의 불안을 다독였다. 컨틴전시 플랜은 국가 간 전쟁이나 급격한 유가 변동, 자연재해 등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에 대비하도록 미리 만들어 놓은 비상계획을 의미한다. 인용 보도의 특성상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라고 불가피하게 적고 괄호 안에 뜻을 풀어 덧붙이면서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이 영어로 된 용어를 쓰는 걸까. 기재부 여러 관계자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관행이다.” 금융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인 데다, ‘비상계획’보다는 .. 2019. 10. 14.
디플레이션을 건너는 방법 자본주의 역시 종교의 하나라고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종교를 초자연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 시스템”이라고 본다면 그렇다는 거다. 이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근대 경제사를 요약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성장’이다. 성장이 있어야 경제가 팽창하고, 인구가 늘어서 1인당 ‘파이’가 줄어드는 ‘멜서스 함정’을 가뿐하게 건너뛰면서 안정적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과학혁명을 바탕으로 지난 500년간 인류는 미래를 ‘신뢰’하게 됐고,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신용’은 팽창했고 이를 통해 더 빠른 기술혁신과 성장이 가능했다. 말하자면 ‘인플레이션’의 시대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 대부분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과 전쟁 중이다. 그동안은 경기가 과열될까봐 ‘2%’대의 미지근.. 2019. 10. 1.
다시, 분양가상한제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안다. 이미 지나간 일, 만약을 상상해본들 현재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위해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2년 전 상황이 그렇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뒤흔드는 것처럼 연일 관련 소식이 전해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사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시행을 목전에 뒀던 정책이다. 참여정부 이후 가장 강력한 투기 규제라는 ‘8·2 부동산대책’ 이후 문 정부가 꺼낸 후속조치가 분양가상한제 부활이었다. 당시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분양가상한제 지정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지금까지 적용된 사례가 없었다면서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과도한 분양가 상승에 따른 .. 2019. 8. 29.
코닥의 함정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은 필요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게으른 관성에 대한 얘기다.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스스로 혁신하기보다는 상황에 안주한다. 그리고 기회를 놓친다. 미국 기업 ‘코닥’의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1975년 디지털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기존 필름 매출이 줄어들까봐’ 상업화에 미적거리다가 2012년 파산했다. 산업혁명이 당시 잘나가던 중국에서 일어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넘쳐나는 인구와 싼 임금이 꼽히는데 영국처럼 설비 투자를 통한 생산성 혁신에 나설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기’(失機)한 중국은 세계 패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정보기술(IT) 혁명 속 국내 업계에도 이 같은 ‘실기’의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신문산업이 대표적.. 2019. 8. 20.
땅과 땀, 그리고 불로소득 서울 강남에서 회사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목적지가 경향신문이라고 하니 택시기사가 룸미러로 쳐다봤다. “기자예요?” 무심코 그렇다고 답했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이중적 시선을 여실히 느꼈던 그날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했다. 처음 화제는 연예인 마약 의혹 등 당시 매스컴을 뒤덮고 있던 이슈들이었다. 많은 이슈를 언급했지만 그는 짧게 스치듯 이야기했다. 그러나 불현듯 튀어나온 부동산 문제에는 목소리를 키웠다. 화두는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었다. 전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인 출신이라는 데서 연결고리를 찾은 모양이었다. “신문기자면 강남에 집 한 채쯤은 가지고 있겠네요.” 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뒷좌석에 앉아 있는 당신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질타를 퍼부을 생각이었지도 .. 2019. 7. 25.
악한 집주인, 아베 일제 ‘워크맨’은 정말로 갖고 싶었던 명품이었다. 한참 뒤에 국산 ‘마이마이’가 나왔지만 조악했다. 디자인과 음질의 차이가 너무 컸다. 는 내 유년을 지배했다. , 미야자키 하야오, X저팬 등 청소년기까지도 일제는 내 정서를 지배했다.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했을 때 흥분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일제불매와 왜색문화 퇴출을 외쳐댔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다시 일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베 신조 총리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반발하여 일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한동안 잊고 있던 일제 불매운동의 기억을 소환했다. 이번엔 어떨 것인가. 사실 불매운동은 정당성 여부를 넘어 개인화된 사회에서는 그 자체로 불편한 구석이 있다. 국가적, 집단적.. 2019. 7. 9.
공청회 이틀 만에 주세 개편 ‘겉핥기 여론 수렴’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지난 5일 맥주·탁주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주세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50여년 만에 이뤄지는 주세 개편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열고 주류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당정은 설명했다. 발표 이틀 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주세 개편 공청회가 열렸다. 기재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한 주세 개편 시나리오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정부의 주세 개편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류업계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연구원이 제시한 주세 개편 시나리오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개편안 확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공청회의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청회는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했다. 기재부는 공청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3일 오후 .. 2019. 6. 7.
강남이 싫습니까? 얼마 전 ‘경향포럼’ 취재차 출장길에 국내 뉴스가 궁금해 뉴스를 봤더니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 있었다. 6월쯤으로 예상된 3기 신도시를 전격 발표하면서다. 특히 논란이 된 곳이 경기 고양시 덕양구 ‘창릉신도시’다. 고양시 일산, 파주시 운정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시위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그린벨트 규제에 각종 기피시설로 몸살을 앓아온 덕양구민들 상당수는 반대로 환영하며 양측이 서로 이간질하기 바쁘다. 일산시, 덕양시로 나누자는 주장까지 튀어나온다. 이들은 고상히 말해 지역 발전, 솔직히 까놓고 보면 자기 집값 지키기에 목맨 이기주의자인가. 그렇다. 이들 대다수는 진보니, 개혁이니 하면서 민주당 쪽 지역대표들을 뽑아왔지만 사실은 그냥 소시민일 뿐이다. 너무 고매한 뭔가를 일개 시민들에게 바라선 안된다... 2019.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