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의 경제시평'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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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경제시평76

이건희 회장의 업보, 이재용 부회장이 끝내라 현실이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하다.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 사건 말이다. 성매매, 조선족 조폭, 비밀 촬영, 거래 제안 및 협박, 언론사 제보 등등 근래에 상영된 한국영화 몇 편의 극적 요소들을 모두 모아놓은 듯하다. 이 동영상이 몇몇 언론사에 제보되었다는 이야기는 작년에 나도 들었다. 고백하자면,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이 이미 식물인간이 된 상황에서 그 추악한 이면을 들춰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특히 김인 전 삼성SDS 사장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뉴스타파의 탐사보도 정신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자,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성매매처벌법’ 위반 문제가 있다. 성매수 혐의의 이건희 회장이야 현 상황에서는 처벌의 실익이.. 2016. 8. 2.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를 어찌할꼬?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었다.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부실기업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창하게 운을 띄운 ‘한국판 양적완화’가 이런저런 굴곡을 거쳐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것도 보통주가 아닌 코코본드(특정 사유 발생 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채권)를 인수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직접 인수하는 것도 아니고, 기업은행·자산관리공사·신용보증기금까지 끌어들여 대출·특수목적회사·지급보증 등으로 얼기설기 엮은 이상한 구조를 만들었다. 꼴이 말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 원칙적 해결 방법은 ‘없던 일’로 하는 것이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응당 재정이 맡아야 하고, 5조~8조원 정도의 자금이라면 올해 추경을 편성하거나 또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 2016. 7. 12.
산업은행과 워크아웃, 폐지가 정답인가 요 즘 산업은행은 동네북이다. 국책은행 주도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오히려 부실을 키우고 도덕적 해이를 만연시키는 ‘돈 먹는 하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보고서 내용이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지만, 그 역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래서 산업은행 무용론 내지 폐지론이 들끓었다. 또한 관치의 통로가 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워크아웃 제도) 폐지론도 힘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폐지하는 게 능사인가?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체계의 개편, 그리고 워크아웃을 포함한 구조조정 절차의 개선에 관해서는 많은 논의와 시도가 있었다. 물론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워크아웃을 폐지하자는 선명한 주장은 막힌 속을 뚫어주는 청량제임에.. 2016. 6. 21.
부실경영 책임, 어떻게 물어야 하나 부실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특히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 등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의 지원 대책이 논의되면서, 부실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당연하다. 그러나 당연한 것이 가장 어려운 게 세상사의 이치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제도와 관행이 확립되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오히려 책임추궁이라는 명분하에 불투명한 관치 개입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예컨대, 최근 채권단이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반려하고 삼성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방안을 요구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의 직접적 지원 방안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2016. 5. 31.
[김상조의 경제시평]구조조정에서 정치가 해야 할 역할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지난번 칼럼에서 우려했던 상황이 점차 현실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총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여당이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복잡한 이슈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야당은 즉각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및 관치금융 심화’라는 교과서에 있는 안전한 정답으로 반박했다. 정치적 대립 전선이 분명히 그어졌다. 그런데 여소야대의 총선 결과가 드러나자마자 이번엔 야당이 ‘조건부로 구조조정에 협조하겠다’며 선공에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선별적 양적완화’를 공식화했고, 야당은 ‘국정에 실패한 대통령의 사과 및 감독당국·산업은행의 책임 추궁’을 선결조건으로 하는 원칙론으로 되돌아갔다. 이쯤 되면 구조조정 이슈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도 알고 있고 답도 .. 2016. 5. 3.
‘양적완화’ 마지막 카드마저 날릴 건가 시중에 풀린 돈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경제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해 화폐 발행을 늘려왔다.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시중에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한 금액을 제외한 화폐발행잔액은 90조7942억원으로 사상 처음 90조원을 넘어섰다. 시중 통화량(M2)은 지난해 말 2242조원으로 1년 새 8.2% 늘었다. 반면 지난해 돈의 주인이 몇번 바뀌었는지를 뜻하는 화폐 유통속도는 0.71에 그쳐 2002년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에서 공급한 돈이 대출과 상환을 반복하면서 몇 배의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도 사상 최저인 16.9로 떨어졌다. 화폐 유통속도가 떨어진 것은 국민소득 증가속도가 통화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시중에 .. 2016. 4. 12.
‘이재용 주식’은 누가 만들었나? 1년 전쯤 아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삼성S 뭐라는 회사 있어?” “삼성SDS?” “맞아, 그 회사. 요즘 ‘이재용 주식’으로 떴다는데….” 기가 막혔다. 아무리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지만, 자기 남편을 ‘삼성 저격수’로 만든 회사 이름도 모르다니…. “이재용 주식? 누가 그래?” “동네 아줌마들이 다 그러던데. 용돈 모은 거로 그 주식 좀 살까? 예금만 하면 바보래.” 할 말을 잃었다. 회사 이름도 모르면서 주식을 사겠다니…. 그런데 ‘이재용 주식’의 위력은 실로 막강했다. 제일모직(구삼성에버랜드, 현 삼성물산)과 삼성SDS만 말하는 게 아니다.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일부 인수하겠다고 하니 다 팔렸다. 또한 신.. 2016. 3. 21.
뉴노멀 시대의 경제민주화 2 지난번 칼럼에 이어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고민을 풀어본다. 2008년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붕괴했을 때, 진보진영의 분위기는 대충 이러했다. 1980년대 이래 폭주하던 신자유주의 시대가 드디어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2차대전 후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케인스적 복지국가 모델이 다시 부상할 거라고. 다들 그렇게 희망했다. 그런데 그 희망에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 새로운 질서가 안착하기까지의 과도기가 얼마나 길지, 그 과도기적 비용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세상이 뒤집어졌는데도 별일 없었다는 듯이 신자유주의 시대가 지속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복지국가 시대로의 순조로운 복귀가 예정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세계경제 환경은 한 세기 전의 암흑기와.. 2016. 2. 23.
뉴노멀 시대의 경제민주화 경제는 살아날 기미도 안 보이는데, 죽었던 경제민주화는 부활했다. 연초에 안종범 경제수석이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고 자화자찬한 탓도 있고, 현행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을 만든 김종인 박사가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탓도 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그런데 2012년에도 그랬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너도나도 경제민주화를 떠든다고 해서’ 경제민주화가 진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 슬로건으로 오염된 경제민주화는 역효과를 낸다. 더구나 한국경제의 성과를 좌우하는 세 차원의 환경요인이 최악의 상황이다. 첫째, 세계경제를 보면, ICT화 및 글로벌화가 초래한 양극화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2008년 위기 이후 밀어닥친 저성장·불확실성의 뉴노멀(Ne.. 2016.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