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의 경제시평'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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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경제시평76

[김상조의 경제시평]안종범 경제수석과 이종걸 원내대표의 착각 새해 벽두부터 정부와 야당 사이에 경제민주화의 성과를 두고 날선 공방이 오갔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새해 첫 월례브리핑에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고 자화자찬하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가 또 다른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맹비난했고, 곧바로 공정위가 “경제민주화는 계속 진전되고 있다”며 적극 항변한 것이다. 이쯤 되면 같은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치 공방이야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일도 아니다. 이처럼 딴소리를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수단에 대해 양쪽 모두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부는 물론 야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정부와 야당을 모두 질타하는 결과가 나온 셈인데, 이를 어떻게 풀이해야.. 2016. 1. 12.
외촉법 기억과 원샷법 전망 쟁점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언급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이에 정부·여당은 ‘5분대기조’ 상태에 돌입했고, 야당은 ‘사춘기 아이’처럼 엇나가고 있다. 쟁점법안 중 일명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만 살펴본다. 원샷법 논란을 지켜보자니 2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외촉법(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이 쟁점이었는데, 외국기업과 합작을 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규제를 일부 완화해주는 내용이었다. 그때도 대통령은 ‘국회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맹비난했고, 정부·여당은 담임선생님에게 야단맞은 학생처럼 쩔쩔맸고, 야당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거라며 반발했다. 당시 2014년 예산안 처리가 연계되어 있었는데, 외촉법 논란이 격화되면서 새해 자정을 넘겨서야.. 2015. 12. 22.
“이봐, 해봤어?” 이후의 기업가정신 지난주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범현대가 차원의 기념행사가 열렸다. 도처에 경제위기 징후가 나타나는 현 상황에서 “이봐, 해봤어?”로 요약되는 그의 도전정신이 새삼 큰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겨울철 부산 유엔군 묘지에 보리를 심어 푸르게 단장한 일, 500원 지폐의 거북선 그림으로 차관을 얻어 조선소 도크와 배를 동시에 만든 일,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 때 구조물을 뗏목에 실어 태평양·인도양을 건넌 일, 독자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제3세계 유일의 풀 라인업 자동차회사를 세운 일, 폐유조선을 가라앉혀 서산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완성한 일 등은 이제 전설이 되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한국경제론을 강의할 때 는 그의 자서전을 꼭 읽어보라고 학생들에게 권한다. 단, 조건이 있다. 21.. 2015. 12. 1.
국민연금 지배구조, 단순하게 설계하라 지난번 칼럼에 이어서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쓴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특히 조직의 구성 및 그 권한과 책임 등의 구체적인 수준으로 들어가면 사람마다 다 이야기가 다르고 선진국의 사례도 제각각일 뿐이다. 지배구조란 원래 그런 것이다. 따라서 정답을 찾기보다는 오답을 피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지배구조의 핵심 원칙을 제시하고, 그에 비추어보았을 때 현재의 조직 및 보건복지부 개편안에 내재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순으로 풀어가겠다. 지배구조의 핵심 원칙은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투명성’(transparency)은 의사결정의 근거와 그 성과를 투명하게 드러내라는 것이다. 전 국민을 이해관계자로 하는 국민연금에서 투명성 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 2015. 11. 10.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풀까 국민연금이 내홍에 휩싸였다. 최광 이사장이 곧 임기 만료되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하자, 뒤통수를 맞은 보건복지부가 체통도 잊은 채 이사장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500조원이나 되는 ‘눈먼 국민의 돈’을 놓고 사심 가득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안, 즉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하여 별도의 공사로 만드는 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완선 본부장은 경질해야 한다. 삼성물산 합병 주총에서 원칙도 절차도 무시하면서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국민연금은 물론 한국 자본시장 전체를 국제적 조롱거리로 만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광 이사장 역시 좋은 평을 듣기는 어렵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물러나는 것.. 2015. 10. 20.
‘유능한 경제정당’의 전제조건 며칠 전 10주기를 맞은 고 정운영 선생의 칼럼 선집 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때마침 그 근처에서는 노동개혁(개악)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 집회가 진행되었다. 훤칠한 키에 잘 어울리는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교실 안에서 담배를 피워 문 채 “내가 을 들고 종로에 간 까닭은…”이라며 강의를 시작하던 정운영 선생에 대한 기억이 아득한데,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노동자들의 절규는 그치지 않고 있다. ‘인간적 세상’을 향한 선생의 꿈은 정녕 꿈이던가. 뭐가 잘못된 건가. 가장 일반적인 답은 ‘정치’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천박한 경제학자’로서 정치를 논할 능력도 없고 아예 관심도 갖지 않으려 하지만, 특히나 요즘은 신문의 정치면을.. 2015. 9. 29.
인터넷뱅크가 ‘은행’이어야 하나 요즘 금융업계의 뜨거운 현안 중 하나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다. ‘금융(Finance)과 정보통신기술(Technology)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 산업의 개척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일이니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금융당국은 일단 현행 은행법하에서 올해 내에 한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시범 인가하기로 했다. 그만큼 서두르고 있다는 징표다. 9월 말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현재 서너 개의 컨소시엄이 치열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컨소시엄 방식에 의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현행 은행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KT·다음카카오·인터파크 등 각각의 컨소시엄 내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ICT 기업들이 지분율 10% 이내(4% 초과.. 2015. 9. 8.
“너랑 나만 잘하면 돼” 10년도 더 된 일인 것 같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도올 김용옥 선생이 기자와 대담하는 걸 보게 되었는데, 솔직히 대담 주제가 뭐였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하여튼, 주거니 받거니 신나게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마지막에 기자가 “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뭡니까?”라고 묻자, 도올 선생이 “너(언론)랑 나(지식인)만 잘하면 돼!”라고 답했다. 무릎을 탁 쳤다. 정말로 우문에 현답이다. 시민단체 책임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언론 접촉이다. 당연히 경제 관련 기사나 칼럼은 꼼꼼히 챙겨 본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나 시각을 얻기보다는 ‘이렇게밖에 못 쓰나’라고 개탄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기사를 쓴 기자도 그렇지만, 거기에 코멘트를 달거나 기명칼럼을 쓴 유수의 지식인들에 대해 특히 그렇다. 최근의 삼.. 2015. 8. 11.
17일 주총 이후의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총이 이틀 남았다. 당사자들은 오죽하겠는가마는, 나 역시 심한 감정노동 몸살을 앓고 있다. 엘리엇의 공격 개시 이후 상황을 복기하면서, 17일 주총 이후 삼성의 과제를 생각해본다. 엘리엇 관련 뉴스를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합병 주총의 승패가 아니라, 이것이 가져올 후유증이었다. 12년 전 SK-소버린 사태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을 크게 후퇴시켰던 악몽이 바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법, 우려했던 일들이 그대로 재연되었다. 각자의 가치관은 다를 수밖에 없고, 엘리엇 사태에 대한 평가도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는 최소한 사실 확인에서만큼은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 못.. 201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