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의 경제시평'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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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경제시평76

엘리엇 사태, 키는 삼성이 쥐고 있다 삼성과 엘리엇이 연일 초강수로 맞대응하고 있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내세우며 가처분소송을 냈고 정관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은 자사주를 KCC에 넘기는 등 우호주주 확보 작업에 착수하면서 런던증권거래소의 주식예탁증서(GDR)를 상장폐지하여 엘리엇의 해외 소송 가능성을 차단했다. 지금까지는 공격수와 수비수가 번갈아가면서 최강의 카드를 꺼내드는 양상이다. 사생결단의 싸움판에, 더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의 초반 포석 국면에서 기선 제압을 위한 강경전략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제개혁연대가 삼성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논평을 연달아 냈고, 비판을 제기한 자의 의무로서 삼성의 설명(변명)을 듣는 과정에서 의외의 요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삼성과 엘리엇 모두 상대방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2015. 6. 16.
연말정산 파동의 불편한 진실 지난 12일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영 개운치가 않다. 근로소득세제가 만신창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서민 세금폭탄’론에 부딪힌 결과 증세의 기준점이 애초의 35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조정되었고, 급기야 올해 연말정산 파동을 거치면서 7000만원 이하의 세금 부담까지 일부 완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냉정하게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저자 이총희 회계사)를 냈는데, 제목이 ‘연말정산 파동의 두 가지 불편한 진실’이다. 첫째, (각종 공제항목을 차감하기 이전의 총급여 대비 실제 세금 부담 비율을 나타내는) 실효세율이 너무 낮다. 무엇보다 연말정산 신고자 1600만명.. 2015. 5. 19.
‘성완종 리스트’ 재발을 막으려면 아수라장이다. 전 정권의 비리 의혹을 쫓던 검찰의 칼끝이 성완종 회장이 남긴 메모 한 장으로 인해 현 정권의 심장부를 향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이미 마음은 내년 총선에 가 있는 국회와 임기 2년 만에 레임덕에 빠진 박근혜 정부가 과연 작금의 한국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데자뷰 1997’, 요즘은 자꾸만 1997년 상황이 연상된다. 인맥 형성에 집착한 성완종 회장의 특이한 인생 궤적 및 그에 따른 정·관계 로비 의혹은 나에게는 그저 호기심과 역겨움의 대상일 뿐이지만, 경제학자로서 이번 사건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대목이 있다. 경남기업이 통산 세 차례의 워크아웃을 거쳐 최근 기업회생절차(통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즉, 경남기업은 우리나라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절차에 내재된 문제점.. 2015. 4. 21.
주주권 행사 모범규준 만들자 3월은 경제개혁연대가 가장 바쁜 때다. 대다수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두 중점감시 대상기업의 주총에는 직접 참석하기도 하지만, 200개가 넘는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일일이 검토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반대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는 약 40개 기업에 대해 보고서를 냈다. 내가 기자들의 전화에 호통을 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3월 주총 시즌에는 특히 그렇다. 막 출입처가 바뀐 신참 기자들의 판에 박힌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외이사가 고무도장으로 전락한 이유는?” 또는 “관피아·정피아·철새교수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걸 막으려면?” 등과 같은 질문이다. 주총에 한번만 가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단상에는 높으신 분들이 앉아 .. 2015. 3. 24.
‘삼성저격수’가 이학수법을 우려하는 이유 박영선 의원이 삼성SDS 상장에 따른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이른바 이학수법을 대표발의했다. 그런데 나는 이 법안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내 별명이 삼성저격수임을 감안하면 의외라 느낄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확정판결이 난 삼성SDS 사건을 다시 형사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중처벌 및 소급입법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다. 이 난점을 넘어서기 위해 이학수법은 ‘민사적 몰수’(civil forfeiture)라는 영연방 국가들의 관습법 개념을 도입했다. 범죄를 수지맞는 비즈니스로 방치하는 것은 공동체의 존속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 문제는, 엄격한 증거주의에 입각한 형사 절차로는 범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 물건을 피고로 세우고, 민사소송 절차에 .. 2015. 2. 24.
증세 문제, 여야 모두 솔직해져라 ‘시민운동은 벤처보다 더 위험한 사업’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문제제기가 시민운동 본연의 역할이니 성공 확률은 벤처만큼이나 낮지만,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단 한번의 실수로도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벤처보다 더 위험하다. 그래서 지난 14년간 경제개혁연대의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애매하면 입 다물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쭙잖게 떠들다가는 그동안의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을 공부하는 나에게 세금 문제는 금기의 영역 중 하나다. 하지만 오늘은 ‘13월의 세금폭탄’을 계기로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경제개혁연대 차원에서도 조세·재정 쪽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고, 나 개인적으로도 국세청이 공개한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를 기초.. 2015. 1. 27.
삼성, ‘땅콩 회항’의 교훈 명심해야 삼성과 금융위가 곤욕을 치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이하 모범규준)을 저지하기 위해 삼성이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옛 버릇 못 고쳤다’는 비난이 빗발쳤고, 쟁점이 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규정을 제2금융권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금융위의 모습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모범규준이 뭐기에 이 난리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금융회사의 왜곡된 지배구조 문제가 지적되었고, 세칭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제어하기 위한 개혁 작업이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혁의 수단으로 강행규범(hard law)인 법령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선진국과 국제기구에서는 연성규범(soft law)인 모범규준을 폭넓게 활용한다. 복잡하고도.. 2014. 12. 31.
우리은행 경영권 프리미엄? 꿈 깨라 지난 11월28일 우리은행 지분 56.97%를 매각하기 위한 입찰이 실시되었다. ‘더블트랙’(double track)으로 진행된 이번 입찰에서 30%를 한꺼번에 파는 ‘경영권지분 트랙’은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된 반면, 나머지를 쪼개서 파는 ‘소수지분 트랙’은 예정 물량을 넘는 입질이 있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매각 실패’의 원인을 물어보는 기자들의 전화에 다짜고짜 호통부터 쳤다. “실패는 무슨 실패? 그따위로 기사를 써대니까 우리은행을 13년째 못 파는 거지!”라고 역정을 냈다. 요즘 내가 간이 부었다. 시민단체 책임자가 기자들에게 짜증을 내다니…. 하지만 30% 대주주를 찾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심지어는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데 상당한 공감대를 이룬 현 상황에서, 익히 예정.. 2014. 12. 2.
KB 주총 가는 길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로 윤종규씨가 추천되었다. 오는 21일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계기로 KB금융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빈말이 아니다. 푼돈이지만, 나도 주주다. 오늘 이 글은 철저하게 주주의 관점에서 쓴다. 우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회의를 거듭하면서 어려운 결정을 이끌어낸 것에 감사드린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회추위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고는 했는데, 정작 만난 거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내부 이익단체인 노조뿐이다. 이들이 주요 이해관계자임은 틀림없지만, 이들 역시 편향된 유인구조에 묶인 조직인 만큼,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회추위의 의견수렴 노력이 부족했다. 왜 그랬.. 2014.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