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법을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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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제윤경의 안티재테크

대부업법을 뜯어고쳐야

by eKHonomy 2012. 8. 26.

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


지난 23일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실에서 대부업법 제정 10년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부업 대출을 받았다가 중산층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두 사람이 참석했다. 피해사례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례자들은 눈물을 억지로 삼켜가며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토로했다.


대부업자들은 이자를 일수로 받으며 실제 이자율이 80~100%라는 것을 속인 것은 물론이고 저축은행 이름을 빌려 대출중개를 하면서 엄청난 수수료를 뜯어갔다. 장사를 했던 사례자들은 가게 매출이 감소해 이자를 연체하게 됐고, 연체된 이자를 갚기 위해 더 높은 금리의 또 다른 사채를 강요받았다. 


 


주민들이 5일 대부업체 광고 전단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출처: 경향DB)




그러는 사이 갖고 있는 자동차도 빼앗기고 종국에는 가게와 집, 부모님의 집까지 빼앗기게 됐다. 순식간에 고리의 사채가 중산층 가정을 파괴하고 멀쩡한 사람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범죄행위였다.


이러한 범죄행위는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1월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시작됐다. 신용카드사부터 제일 먼저 25% 이하에 있었던 각종 금리(현금서비스율, 할부수수료율, 연체이자율 등)를 최고 연 35%까지 끌어올렸다. 순진한 카드 이용자들은 정부의 장려 속에서 카드 발급에 쉽게 현혹됐고 높은 금리 부담으로 조금씩 연체자 대열에 끼게 됐다. 신용카드 연체는 채무 독촉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바로 고금리 사채시장의 수요를 키운다. 소비자들은 카드 연체에 따른 채무 독촉이 이어지면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 우선 급한 대로 쉬운 대출 쪽으로 흡수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이자제한법의 폐지와 신용카드사의 고금리 장사는 결국 사채시장 활성화를 만들어냈다. 월 10%(연 120%)가 넘는 고리대가 횡행했고 돈 놓고 돈 먹는 황금알 시장이 만들어졌다.


고리대의 횡포는 폭력적인 채권추심을 만들고 결국에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사채의 양성화라는 명분으로 대부업법을 제정했다.


2002년 8월26일 최고 이자율을 연 66%까지 보장해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악법이 탄생했다. 그 뒤 몇 차례에 걸쳐 대부업법은 최고 이자율을 단계적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연 39%의 ‘착취 이자’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악법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와 감독 당국은 대부업법 양성화 논리를 여전히 옳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양성화라면 불법을 근절하고 상식의 수준에 맞는 영업을 하도록 계도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집중 단속을 펼친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들의 점검 경험담을 들으면 계도의 관점에서 양성화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범죄행위를 법적으로 보장해주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대부업의 등록과 단속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다. 지난달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들이 227개의 개인 대부업체와 민원유발 업체를 방문 점검했다. 그 과정에서 자치구 공무원들은 대부업 시장의 실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자본금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일반 가정집이 사무실이다. 점검을 나간다고 하니 폐업을 하거나 다른 시·도로 전출해 버린다. 등록비 10만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부업체로 등록이 된다. 좋은 일을 해보겠다는 사회적기업도 사단법인도 엄격하고 까다롭게 등록하는데 소위 돈놀이를 하겠다는 사업은 10만원만으로 사업자가 된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현실인가.


단속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조차 대부업자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돈이 필요한 취약계층 사람들은 오죽하겠냐며 황당한 고리대금업 현실에 공무원들조차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은 입을 모은다. 최소한 자본금을 갖고 정해진 사무 소재지에서 정기적인 관리 감독 매뉴얼 속에서 상식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부업법 10년 비상식의 시절을 끝내기 위한 중요한 시작이 바로 이들이 말하는 내용대로 대부업법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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